[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국’] 186수만의 불계승… 알파고 비결은
착잡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둘의 대결을 지켜본 프로기사들은 “알파고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고, 이 9단은 심리적 부담 때문인지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 최고수를 이기는 순간이었다. 바둑계의 치욕일지, 새로운 전기가 될지 모르지만 바둑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이날 대국을 지켜본 프로기사들은 대체적으로 “알파고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고, 낯선 대국 환경에 임한 이세돌 9단은 지나치게 긴장해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 프로도 놀란 실력, 프로가 하지 않는 실수
돌을 가릴 때 선택권을 갖게 된 이 9단은 흑을 선택했다. 덤이 한국 룰보다 1집 많은 7집 반인데도 흑을 택한 것으로 봐 미지의 대국자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을 미리 해온 듯했다.
알파고는 처음엔 실망스러운 모습부터 보여줬다. 백 10, 16 등 요즘 프로기사들이 두지 않는 수법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의 대결 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실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곧 대반전이 일어났다. 전투의 대가인 이 9단의 도발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강수를 터뜨리며 이 9단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상변 전투에서 알파고는 확실한 우세를 확보했다. 초반이 약하다던 알파고가 되레 초반부터 앞서가기 시작했다.
알파고의 승부수 성공에 당황한 이 9단이 마침내 패착을 저질렀다. 흑 123으로 붙이고 127로 둔 수. 이 수 때문에 백이 귀의 실리를 차지하면서 실리의 균형이 무너졌다. 알파고의 잦은 실수에 방심하던 이 9단이 제풀에 넘어진 셈이다. 이후로는 승부처가 없었다.
○ 이세돌 9단의 반격 열쇠는?
알파고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으나 잔실수도 잦았다. 프로기사들은 이 9단이 1국처럼 초반부터 전투를 벌이지 말고 포석이 약한 알파고를 상대로 초반에 최대한 앞서 나간 뒤 알파고의 잔실수를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김승준 9단 역시 “2국이 이번 매치의 분수령이 될 듯하다. 이 9단이 부담을 안고 임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패한다면 부담이 더욱 커져 100만 달러 상금을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9단이 2국을 이기면 기세를 타 나머지 대국을 전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