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겁없는 진화]백 이세돌-흑 알파고 대국 분석
“또 이겼다” 1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오른쪽)가 활짝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세돌 9단은 10일 2국에서 철저히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이 9단은 1국에서 초반 전투를 벌이다 크게 실패했다. 그 대신 알파고는 중반 무렵 상당한 실수를 했고, 끝내기에서도 손해를 보는 수를 뒀다. 그래서 이 9단은 1국의 경험을 철저히 활용하는 전략을 준비했다. 그 전략은 ‘초반을 두텁게 두고 알파고의 실수를 잡아 우세를 확보한 뒤 끝내기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대신 그는 전투와 공격에 능한 자신의 기풍을 포기했다. 초반 알파고가 몇 가지 이상한 수를 두고, 좌하 쪽에서 지나친 공격을 하다가 이 9단의 반격에 당했을 때만 해도 이 전략은 성공하는 듯했다.
그 사이 알파고는 진영을 재정비하고 탄탄한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곤 뚜벅뚜벅 이 9단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로마 병사들의 진격처럼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은 채 이 9단을 압박했다.
이 9단으로선 정말 ‘징한’ 상대처럼 느껴졌다. 계속 흑의 약점을 이용해 실리를 챙겨 알파고를 많이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뒤를 돌아보면 알파고가 바로 뒤에 붙어 ‘씩 웃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현욱 8단은 “그동안 인간이 정한 바둑 평가 기준과 다를 뿐 알파고의 판단이 원래 옳은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프로기사들은 최고수의 실력을 보여준 알파고에 ‘알 사범’ ‘알 신’ 등의 별명으로 대접해주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