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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1국에선 오버… 2국에선 너무 위축”

입력 | 2016-03-11 03:00:00

[인공지능, 겁없는 진화]유창혁 9단의 관전평
“이세돌답지 않은 手 안타까워”




“이세돌 9단이 1, 2국에서 너무 극과 극을 오가고 있어요. 평소 그의 바둑과는 전혀 달라요.”

10일 이 9단과 알파고 대결 2국의 유튜브 해설을 하던 유창혁 9단(사진)의 얼굴은 이 9단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붉게 물들었다. 그 역시 ‘정말 인정하기 싫은 순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유 9단은 “이 9단이 알파고를 너무 많이 의식한 것이 1, 2국을 놓친 실질적 패착”이라고 말했다. 1국에선 알파고를 테스트하기 위해 너무 오버페이스를 했다면 2국은 알파고의 예상 밖 능력에 놀라 너무 움츠러들었다는 것이다.

“2국에서 이 9단이 훨씬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도 이를 다 놓쳤어요. 평소 기세를 중시하고 노림수가 강한 이 9단의 바둑을 생각하면 전혀 말이 안 되는 국면 운영을 한 겁니다.”

유 9단은 특히 중앙 흑을 공격할 시점에 참고 1도 백 1, 3으로 한 점을 따낸 것이 ‘이세돌답지 않은 수’라고 질책했다. 여기선 ‘가’ 혹은 ‘나’로 공격해 흑을 몰아붙였으면 훨씬 유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참고 2도 흑 1 때 백 2로 이어 승부를 걸지 않고 ‘A’로 물러서 흑에게 2의 자리를 허용한 것 역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유 9단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이 9단이 2국에서 우세를 잡아놓고도 몸을 사리다가 ‘어, 어’ 하면서 진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유 9단은 이 9단을 세계 최고수로 올려놓은 강점을 이후 대국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이 9단은 원래 ‘강심장’을 가진 기사입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두지 말고 담백하게 자기의 바둑을 보여주면 됩니다. 저는 이 9단을 믿습니다. 알파고를 물리칠 실력이 충분하다고.”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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