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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최종 목적지는 인간의 뇌”

입력 | 2016-03-11 03:00:00

[인공지능, 겁없는 진화]‘인공지능 진화’ 어디까지




알파고가 이렇게 강했던가.

1국에서 알파고의 실력을 가늠해본 이세돌이 2국에서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았지만 알파고가 2승을 챙겼다. ‘알파고의 실수’로 여겨졌던 37번째 수는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인공지능(AI)의 완벽에 가까운 연산능력을 토대로 한 ‘신의 한 수’로 판명 났다. 알파고는 AI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 주특기는 ‘스스로 학습’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AI의 기본 기술은 ‘정보를 기호화해서 처리한 뒤 조건에 맞춰 실행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은 뒤 인간이 미리 지정해준 조건에 따라 연산을 하고 결과를 내놓는 방식이다. 일종의 자동화 기술이다.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을 누른 딥블루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도록 프로그래밍됐다는 점에서 이런 초기 수준의 AI에 해당한다.

알파고 같은 최상위급 AI는 여기에 학습 기능을 추가했다. 딥러닝(강화학습)이라는 주특기로 무장한 것이다. AI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파격적인 기보가 수많은 바둑 수를 해석하고 스스로 가장 확률이 높은 곳에 수를 두는 학습 기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딥러닝을 탑재한 AI는 향후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딥러닝을 심으면 스스로 운전하면서 얻은 정보를 분석해 엔진 출력이나 핸들을 조작하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오래 탈수록 더 안전한 자동차가 되는 셈이다. 김현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은 “딥러닝이 적용된 AI는 인간의 정확한 판단을 도울 수 있고, 인간은 창의적인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딥러닝 기술은 슈퍼컴퓨터급 대용량 연산 기능이 필요해 실생활에 당장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고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운영하는 슈퍼컴퓨터 4호기보다 연산 능력이 5배 이상 뛰어나다.

○ 진짜 ‘지능’ 만들려면 ‘인공두뇌’ 필요

비록 인간이 알파고에 패배했지만 AI 전문가들은 “AI의 최종 종착역은 인간의 뇌”라고 말한다. 알파고는 바둑이라는 한 가지 종목에서만 뛰어날 뿐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작동하는 ‘자아’가 없다. 인간의 뇌는 AI로 따지면 자아를 인식하고 행동을 조종하는 중앙연산장치다. AI에 자아가 생기면 ‘강한 인공지능’이 된다.

아직 인간이 강한 인공지능을 개발한 사례는 없다. 자아를 느끼는 인간 뇌의 비밀조차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는 인간의 뇌를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하고 있다. 강한 인공지능 개발에 앞서 ‘인공두뇌’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헨리 마크람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팀은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슈퍼컴퓨터 속에 가상의 두뇌를 만들고 있다. 2005년 뇌신경세포의 기본인 뉴런 하나를 컴퓨터 속에 만들어 내고, 이런 뉴런을 수백억 개 이상 연결해 인간 뇌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2011년에는 뇌세포 100만 개로 구성된 ‘메조서킷(meso circuit)’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메조서킷은 동물이 자아를 갖기 위한 기본 단위가 100개 정도 모인 일종의 뇌 회로다. 유럽연합은 2023년까지 인간의 뇌 전체를 컴퓨터 안에 만들 계획이다.

미국도 2년 전 총 1억 달러(약 122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오바마 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럽연합과 비슷한 방식으로 정밀한 뇌 지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지수 KISTI 슈퍼컴퓨팅본부 책임연구원은 “먼 미래에는 결국 인간의 뇌 기능을 흉내 낸 강한 인공지능이 개발될 것”이라며 “인공두뇌를 가진 인간과 흡사한 AI도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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