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겁없는 진화]영화속 ‘기계의 지배’ 현실성은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이 영화에선 인공지능 컴퓨터의 명령을 받은 로봇이 인간을 공격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AI는 주로 인간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로 묘사됐다.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 ‘제3의 인류’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시나리오는 실제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을까.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첨단 컴퓨터 ‘스카이넷’은 지구를 지배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AI다. 인간은 저항군으로 몰락해 스카이넷에 맞서는 나약한 존재로 추락했다.
AI와 인류의 반목은 고성능 컴퓨터에 대한 인류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하지만 AI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인류를 위협하거나 지배하는 AI가 현실에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AI 기술은 주어진 상황을 판단하고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움직이는 자동화 기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알파고와 같은 최고 수준의 AI도 현재로선 바둑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윤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동통역인공지능연구부장은 “인간은 잘 모르는 존재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AI가 영화 소재로 자주 쓰이는 것 같다”며 “인간처럼 완전한 자의식을 갖는 AI를 개발하는 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I의 기술적 한계를 드러내며 현실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임을 부각한 영화도 많다. 1999년 개봉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로봇 ‘앤드루(NER-114)’는 점점 지능이 발달해 급기야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진정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해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채피’의 경우 로봇이 자아를 갖게 됐지만 인간과 동일한 권리나 수명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방황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