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출범 ‘학대전담 경찰관’이 전하는 어이없는 부모들
2일 지방의 산골 마을 작은 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다른 학생들보다 머리 하나가 훌쩍 큰 형제가 늦깎이 입학을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서너 살 많은 이 형제는 “학교에 오니 정말 좋다”며 연신 웃었다.
한 달 전까지도 형제는 학교라는 걸 몰랐다. 부모는 멧돼지, 들개 같은 산짐승이 위험하다며 형제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지역 경찰서의 ‘학대전담 경찰관’이 미취학 아동 실태를 조사하다 형제를 발견했다. 부모가 학대한 흔적은 없었지만 명백한 교육적 방임이었다. 경찰관은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도 범죄”라고 경고하는 한편으로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형제의 통학차량을 마련해줬다. 이 경찰관은 “부모의 잘못된 판단으로 몇 년째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동기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돌보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전국 학대전담 경찰관이 학대아동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달 22일 본청 여성청소년과 산하에 349명 규모로 학대전담 경찰관을 발족했다. 기존 가정폭력전담 138명에 추가로 211명을 투입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굶주림과 폭행에 시달리다가 맨발로 탈출한 ‘16kg 소녀’에 이어 올해 1, 2월 경기 부천에서 학대로 숨진 초등생, 여중생이 잇따라 발견된 게 계기가 됐다.
학대전담 경찰관은 경찰서당 1.4명의 인원으로 힘든 임무를 맡다 보니 고충도 많다. 활동비도 부족하고 차량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지만 이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경찰관 A 씨는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여성, 노인학대까지 챙겨야 하는데 근거법이 없다”며 “유관기관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선 현재 운영 중인 ‘학교전담 경찰관’의 성과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학교전담 경찰관은 1인당 10개 학교를 맡아 교사와 학교폭력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을 만나 상담하는 등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성과도 컸다. 2012년 193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1138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 피해 응답자는 2.1%에서 0.94%로 줄었다. 경찰은 학대전담 경찰관을 중장기적으로 10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예산 확보 등 정부의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정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아동학대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교전담 경찰관이 학교,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교폭력을 예방하듯 학대전담 경찰관도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현장에서 중심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