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터키 송환 합의 후 잇단 봉쇄… 슬로베니아 “난민이동 더이상 없어” 메르켈 “EU 전체의사로 결정해야”… FT “더 위험한 새 루트 찾아나설것”
지난해 100만 명이 넘는 서유럽행 난민이 이용했던 ‘발칸 루트’가 사실상 완전히 폐쇄됐다.
베스나 주니다르 슬로베니아 내무장관은 “9일 자정부터 발칸 루트를 통한 난민 이동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칸 루트는 터키에서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에 온 난민이 독일과 오스트리아까지 가기 위해 거치는 통과 국가들을 말한다. 최북단의 슬로베니아에서부터 봉쇄가 시작되자 발칸 반도 중부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가 차례로 난민 입국 금지를 선포해 난민 통로가 완전히 끊겼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서부 발칸국을 통한 비정상적 유입은 이제 끝이 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리스에 머물며 유럽행을 기다리던 3만6000여 난민의 발이 묶였다. 특히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국경 부근의 이도메니에는 1만3000여 명이 고립된 상태다. 발칸 반도 국가들이 일제히 국경 봉쇄에 나선 것은 7일 EU와 터키가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을 터키로 송환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발칸 루트가 막혀 난민들이 더 위험한 ‘제2, 제3의 루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먼저 그리스 북서쪽의 알바니아를 통해 아드리아 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는 루트가 있다. 난민들은 알바니아의 만년설을 넘고 에게 해에 이어 다시 바다를 건너는 험로를 견뎌야 한다.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가거나, 터키 북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이어 폴란드로 향하는 길도 있다. EU 관계자는 “발칸 루트 대신에 새로운 루트가 만들어진다면 해당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FT에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