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선관위, 대선 한 달 앞두고 지지율 2위 후보 출마금지 결정 게이코 “당선돼도 아버지 사면 안해”
장기 복역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1990∼2000년 재임)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41)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직에 오르는 꿈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당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집권 페루국민당 훌리오 구스만 후보(45)의 대선 출마를 금지했다. 대선(4월 10일)을 한 달 앞두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구스만은 “위법일 뿐만 아니라 초헌법적인 정치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인 구스만은 민중권력당의 후지모리 후보(34.6%)에 이어 16.6%의 지지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은 다음 달 대선에서 후지모리와 구스만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6월 5일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였던 구스만의 대선 출마가 선관위 결정으로 원천 봉쇄되면서 후지모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론조사 3위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후보의 지지율은 6.9%에 불과하다.
2005년 미국에서 돌아와 정치를 시작한 후지모리는 이번이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그는 “대통령이 돼도 아버지를 절대 사면하지 않겠다”며 아버지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 2011년 첫 대권 도전 당시 아버지를 용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그는 2011년 대선에서 오얀타 우말라 현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려 낙선했다.
후지모리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와 청렴을 내세웠다. 현 좌파 정권이 경제난과 부패 의혹으로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노린 전략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반(反)인권 범죄와 횡령으로 지탄받고 있지만 경제 발전과 치안 확립에는 기여했다는 국민 평가도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