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가운데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승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각각 명예9단과 명예8단이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박정희 대통령과 5·16군사정변을 일으켰을 당시 노출을 피하기 위해 서울 남영동 일대 기원을 다니며 마음을 다스렸다. 자신의 호를 딴 운정(雲庭)배 바둑대회를 만들 정도로 바둑광인 그는 오자와 이치로 일본 자유당 당수와의 바둑 대결로 반상(盤上)외교도 펼쳤다.
▷현역 정치인 가운데 최고 고수는 아마 6단의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다. 아마 5단인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기우회 회장인데 조훈현 9단의 비례대표 영입이 그의 작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바둑 사랑도 유명하다. 바둑을 배우고 싶었던 대학생 안철수는 바둑 관련 서적 50권을 독파한 후 아마 10급 친구와 대국했는데 9점을 깔고도 100집 이상 졌다고 한다. 이론과 실전의 냉혹한 차이를 맛봤던 셈이다. 아마 3단의 실력파지만 안 대표는 바둑이 시간을 많이 빼앗는 취미라는 이유로 끊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