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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 “난 安사람도 千사람도 아니다” 야권연대 당내 분란에 속앓이

입력 | 2016-03-12 03:00:00

[국민의당 전윤철 공관위원장]




“공천관리위원을 이미 다 정해 놓고 나보고 방망이만 두드리라는 뜻이냐. 그런 공천관리위원장이라면 맡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당 ‘주요 주주’인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일갈했다.

전 전 원장은 천 대표가 이끌었던 옛 국민회의 창당추진위원단 고문으로 참여한 인연으로 지난달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당 윤리위원장 겸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패거리 정치에 함몰돼 자기 소신을 펴지 못하는 정치인은 안 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소신’을 밝힌 뒤 그는 20여 일 동안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천 대표는 물론이고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은 그에게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아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그는 일본에 머물며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5년간 감사원장을 연임한 것을 포함해 장관급 이상 공직만 여섯 차례 역임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호통을 자주 쳐 ‘전핏대’ ‘혈죽(血竹) 선생’으로 불린다.

그가 당 ‘주요 주주’ 면전에서 큰소리를 친 것은 계파에 둘러싸여 각본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 공관위원장이라면 맡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국민의당 공관위원 11명은 안 대표 측 4명, 천 대표 측 2명, 김한길 선대위원장 측 3명, 박주선 의원 측 1명 등 계파별로 빈틈없이 짜여 있었다.

결국 ‘주요 주주’들은 전 위원장의 뜻을 받아들여 신중식 전 민주당 의원을 공관위원으로 추가로 임명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신 전 의원은 2006년 민주당의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전 위원장으로선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첫 공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위원장은 “나는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승복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공관위원들에게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한다면 공관위원을 교체하든지 내가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후 공관위 회의에서 3차례나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수봉 예비후보(인천 계양갑), 박왕규 예비후보(서울 관악을) 등에 대한 ‘단수공천’이 논의됐지만 이를 거부하는 등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이나 연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어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그의 ‘저승사자’ 역할이 부각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실제 전윤철 공관위 체제에서 지금까지 눈에 띄는 공천 발표는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 컷오프 결정이 유일하다.

전 위원장은 “안 대표 등의 거듭된 부탁을 받고 공관위원장을 맡았지만 나는 안철수의 사람도, 천정배의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용히 좋은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공천 과정이 조용하다는 건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끄럽게 컷오프 여론몰이를 할 만큼 현역 의원 수가 많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야권 통합 또는 수도권 연대에 대한 이견으로 김 선대위원장이 사퇴하고 천 공동대표가 중대 결심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전핏대’의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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