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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잘해줬으면…” 알파고 아버지의 여유

입력 | 2016-03-12 03:00:00

[이세돌 vs 알파고 12일 제3국]
허사비스, KAIST 특강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탄생시킨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11일 KAIST에서 열린 석학 초청 강연에 나섰다. 허사비스 CEO는 통로에까지 가득 들어찬 청중을 보고 깜짝 놀라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청중을 촬영했다. 왼쪽은 조광현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학과장. 대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실험실 조수처럼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려야 한다.”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를 개발해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오후 대전 KAIST 드림홀에서 ‘인공지능과 미래’란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하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AI의 급격한 발전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한 가지 일(바둑)밖에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알파고가 AI에 의한 디스토피아(암흑세계)를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런 수준의 AI가 개발되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해 지금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알파고는 앞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여 2판 모두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가 실수로 보이는 착수를 해도 결국엔 이기는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그는 “딥러닝을 통해 알파고가 스스로 익힌 방법이라 나도 정확한 설명은 어렵다. 알파고는 중요 거점을 터치하는(중요시하는) 스타일로 제작됐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과 대국할 때도 완전히 실수로 보였는데 결국 묘수로 바뀌는 것을 보고선 놀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허사비스 CEO가 “알파고와의 남은 대결에서 이 9단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는 “진심이다”라고 덧붙였다.

허사비스 CEO는 딥마인드가 개발했던 벽돌게임, 스페이스인베이더(‘갤러그’와 비슷한 컴퓨터 게임) 등의 게임 공략 AI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모두 컴퓨터 스스로 공략법을 찾아내는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왔다”면서 “처음에는 잘하지 못했지만 수백 번 연습시키자 사람보다 높은 실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 “여러 분야의 과학을 접목해 다방면에 사용되는 범용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범용 인공지능은 백지 상태에서 스스로 학습해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다.

허사비스 CEO가 촉박한 국내 일정 속에도 KAIST를 찾아 직접 강연에 나선 이유는 이상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의 인연 때문이다. 둘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 생활을 하며 같은 연구실을 사용한 적이 있다. 이 교수가 초청하자 기꺼이 응한 것이다.

한편 강연장인 드림홀은 200개 좌석이 다 들어찼을 뿐 아니라 통로에도 학생과 교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드림홀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문 밖에서 강연을 듣기도 했다. KAIST 관계자는 “200명 들어가는 홀에 500명은 모인 것 같다. 대단한 인기”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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