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세돌 3패 뒤 첫 승]전문가들이 본 인공지능의 허점
“축하합니다” 이세돌 9단(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4국에서 알파고에 승리를 거둔 직후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브린 사장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직접 보기 위해 처음 방한했다. 구글 제공
○ “기계적 결함 아니라 이론적 결함”
알파고의 허점을 확인하게 만든 결정적인 한 수는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은 78수에 이어 나온 79수였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이 9단의 78수처럼 학습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자 알파고가 당황했고, 이런 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는 알고리즘(몬테카를로 트리 서치)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흔히 ‘버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버그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잘못을 일컫는 것으로 AI 개발의 가장 기본적인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김 대표는 유연성 부족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사람이라면 절대 두지 않을 자리에 수를 놓곤 한다”며 “이런 방식은 유리하거나 팽팽한 대국에서는 잘 통하지만 계산 결과 불리해져 버린 대국에서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만다”라고 설명했다.
정홍제 넷마블 바둑게임사업파트장도 ‘버그’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버그와 전략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지만 오늘 버그에 가까운 손해수가 나온 것은 확실하다”며 “이세돌 9단이 난전(亂戰)을 통해 버그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곳에서 전투를 벌였을 때 연산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훨씬 늘어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또 다른 약점이 발견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 인간의 직관, AI로 구현 못 한 듯
알파고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는 ‘강화학습(딥러닝)’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사람처럼 실수를 바로 알아채지 못한 것은 직관을 기술적으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구글은 2012년 유튜브 영상 1000만 개를 통해 강화학습을 거친 슈퍼컴퓨터에 동영상이 고양이 얼굴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게 했다. 이 컴퓨터는 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1만6000개를 활용해 약 75%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엄청난 양의 연산 능력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사람처럼 직관적으로 고양이인지 개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고난도 작업이라는 뜻이다.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알파고가 사람이라면 직관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놓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알파고의 패배로 마지막 경기의 승자는 더욱 점치기 어려워졌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판후이는 공식 대국 전에 비공식 대국을 다섯 판을 두는 과정에서 알파고를 2번 이겼다”며 “이 9단도 비공식 대국을 치를 기회가 있었으면 전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이 9단이 알파고의 스타일을 파악했기 때문에 5국 결과는 더 알 수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송경은·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