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세돌 3패 뒤 첫 승]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세 판을 내리 진 이세돌 9단이 첫 승을 거두자 세계 바둑계와 외신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둑’의 발상지인 중국의 바둑 1위 커제(柯潔·19) 9단은 13일 대국이 끝난 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프로 바둑 기사의 존엄을 되찾았다”며 축하했다. 커 9단은 “컴퓨터가 버그를 일으켜 계산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며 “오늘 같은 수준이라면 나에게 도전할 자격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이 9단이 패한 알파고와의 3국이 끝난 직후에는 “알파고의 바둑은 거의 완벽했고 실수한 곳이 없었다. 같은 조건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의기소침했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인터넷판도 이날 이세돌 9단의 첫 승리 소식을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이세돌 9단의 3연패 소식을 전하며 ‘충격적’ ‘공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던 이들 언론은 이 9단의 승리 소식을 ‘낭보’라 전하며 “인간의 의지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서구 통신들도 AI 기술에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알파고는 AI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앞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재창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오늘 이세돌의 승리는 이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서 인간이 3연패 뒤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알파고가 5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패했다”며 “알파고가 완벽하지 않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