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더민주당 전신)의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는 대선 참패로 위축된 당을 살리기 위해 박재승 변호사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해 개혁 공천을 맡겼다. 박재승은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와 호남 현역 30% 물갈이를 원칙으로 세웠다. 김홍업 박지원 신계륜 안희정 설훈 씨 등 쟁쟁한 당내 인사 11명은 공천 심사조차 못 받았다. 현역 의원 24명이 탈락했다. 지도부는 일부를 비례대표로 구제하거나, 탈당한 낙천자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지역에 자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식으로 배려하려 했다. 그러나 박재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언론은 박재승에게 ‘저승사자’ ‘공천 특검’ ‘아파치 헬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박재승은 “공천을 하면서 의석을 얼마나 더 얻느냐 하는 것보다는 정치문화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무위에 그쳤다. 낙천자 일부는 무소속 당선 후 복당했고, 일부는 지방선거와 19대 총선에서 당선돼 건재를 과시했다. 공천심사위원장 하나로 일거에 정치문화가 바뀔 리 없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