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이진녕]‘차르’ 김종인 vs ‘저승사자’ 박재승

입력 | 2016-03-14 03:00:00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1일 당규를 개정해 20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출 권한까지 손에 넣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권을 모두 장악했으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표현처럼 차르(러시아 절대군주)나 다름없다. 당 대표라도 선거 땐 독립기구에 공천을 맡기고 뒤로 물러나 있는 게 통상의 방식인데 더민주당은 그렇지 않다. 김 대표가 ‘정무적 판단’을 무기로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모양새다.

▷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더민주당 전신)의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는 대선 참패로 위축된 당을 살리기 위해 박재승 변호사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해 개혁 공천을 맡겼다. 박재승은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와 호남 현역 30% 물갈이를 원칙으로 세웠다. 김홍업 박지원 신계륜 안희정 설훈 씨 등 쟁쟁한 당내 인사 11명은 공천 심사조차 못 받았다. 현역 의원 24명이 탈락했다. 지도부는 일부를 비례대표로 구제하거나, 탈당한 낙천자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지역에 자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식으로 배려하려 했다. 그러나 박재승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언론은 박재승에게 ‘저승사자’ ‘공천 특검’ ‘아파치 헬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박재승은 “공천을 하면서 의석을 얼마나 더 얻느냐 하는 것보다는 정치문화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무위에 그쳤다. 낙천자 일부는 무소속 당선 후 복당했고, 일부는 지방선거와 19대 총선에서 당선돼 건재를 과시했다. 공천심사위원장 하나로 일거에 정치문화가 바뀔 리 없다.

▷김 대표도 ‘패권정치 청산과 운동권 정치 탈피’를 명분으로 내세워 18명의 현역을 컷오프 시켰다. 그러나 당은 여전히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천지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퇴 전 19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인터넷 입당으로 ‘열혈 당원’들도 대거 충원했다. ‘바지사장’인 김 대표가 총선 후 물러난 뒤에는 더민주당이 친노 친문의 옛날로 돌아갈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