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학대아동 끝내 주검으로]친부-계모 치밀한 알리바이 조작
계모 학대로 숨진 신원영 군이 2014년 11월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평택경찰서 제공
지난달 3일 신원영 군(7)의 친아버지 신모 씨(38)는 재혼한 부인 김모 씨(38)의 휴대전화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씨는 ‘네. 나는 비빔밥 먹고 원영이는 칼국수 먹었어요.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신 군은 이미 하루 전 추운 욕실 안에서 숨졌다. 두 사람이 문자를 주고받을 당시에는 집 베란다에 싸늘한 주검이 돼 누워 있었다. 이들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미리 치밀하게 말을 맞춘 것이다.
신원영 군의 친부 신모 씨와 계모 김모 씨가 지난달 12일 경기 평택시 집 앞에서 아들의 시신을 차에 옮겨 싣고 있는 폐쇄회로(CC)TV 장면.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보였다. 이들은 경기 평택시 청북면 야산에 신 군의 시신을 암매장하고 이틀 뒤인 지난달 14일 다시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곳에 미리 구입한 초콜릿을 놓았다. 신 씨는 “밸런타인데이라서 원영이에게 초콜릿도 사주고 옆에 모신 아버지에게 사죄하기 위해 찾아갔다”고 말했다.
체포된 뒤에도 “아내 말만 믿었다”고 거짓말을 이어가던 신 씨는 시신이 발견되자 뒤늦게 “아동학대로 처벌받을까 봐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신 씨는 “아들에게 죽을죄를 지었다. 어머니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저 여자(김 씨)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후회된다”며 뒤늦게 눈물을 흘렸다. 반면 김 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진심 어린 후회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경찰관 앞에서 “모든 잘못은 내가 했으니 처벌은 나 혼자면 충분하다. 남편은 아무런 죄가 없으니 풀어 달라”며 고개를 세우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 씨 부부는 밖에서 늘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다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집 안에서는 아이들에게 짐승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