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집념이 희망이다… 알파고와 비슷한 수로 AI 실수 유발 李 “무엇으로도 못얻을 값진 승리”… 외신 “인류의 마지막 자존심 지켜”
불굴 의지로 마침내 웃다 구글 알파고와의 5번기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미디어 중계실에서 열린 대국 뒤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4국에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이 9단은 3연패 끝에 1승을 거두며 인간(프로기사) 대 알파고의 공식 대국에서 첫 승리를 안겨줬다. 3패를 당한 뒤여서 5번기에서 한 판도 못 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이 9단은 인간 대표로서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아직은 인간이 기계에 완전히 패배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9단이 중앙 흑 진에서 끼워가는 묘수를 터뜨리며 알파고를 당황시켰고 이후 알파고는 아마추어 초보 같은 실수를 연이어 저지르며 형세를 그르쳤다. 알파고는 이후 이 9단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자 180수 만에 화면에 포기 선언을 했고, 알파고 대신 돌을 놓아주는 구글 연구원 아자 황(아마 6단)이 이 9단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알파고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흑 87수 때 트위터에 ‘처음으로 알파고가 불리해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 9단은 이날 승리로 대국수당 3만 달러(약 3300만 원·환율 1100원 고정) 외에 처음으로 승리수당 2만 달러(약 2200만 원)를 챙겼다. 이 9단이 4국을 승리함으로써 5국 승리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승리를 거두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이 9단은 기자와 관계자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말문을 열었다. 이 9단은 “국민들의 격려와 응원 덕에 한 판이라도 이긴 것 아닌가 싶다”며 “이번 1승은 어떠한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값어치 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마침내 인간이 승리했다’며 이 9단의 승리를 높게 평가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인간 바둑 챔피언이 3연패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을 이겼다”며 “인간 바둑기사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알파고 기권하다(AlphaGo resigns·알파고가 불계패 당했다는 뜻)’란 짧은 컴퓨터 팝업 메시지가 인간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마지막 5국은 하루 쉬고 15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