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당일 농협이념교육원 개원식
광주의 한 농협은행에 근무하는 A 씨는 지난해 7월 농협광주지역본부에 봉사활동을 신청해 농촌체험을 했다. 그는 “도시에 살다 보니 농협에 근무하면서도 농촌을 잘 몰랐다. 이 체험을 통해 농촌을 더 잘 알게 됐고, 나 자신도 ‘힐링’ 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농협’ 하면 농민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은행, 증권사까지 계열사로 두면서 화이트칼라 직원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다 보니 농촌 현장과 농협 직원들 사이의 소통 부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취임한 김병원 23대 농협중앙회장(63)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 바로 이 ‘소통’이다. 김 회장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농협 임직원의 가슴에서 농심(農心)과 농민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선 직후에 농협이념중앙교육원을 만들었고,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교육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농협 관계자는 “규모가 커진 농협 안에서 농촌과 농협의 전 직원을 연결해 소통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신임 회장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첫 달에는 2박 3일 동안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를 찾기 위해 토론한다. 두 번째 달에는 1박 2일 과정으로 직접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고 농민들과 호흡한다. 세 번째 달에는 2박 3일 과정으로 대안을 찾는다. 승진 대상자들은 별도의 농촌이념 강의를 들어야 한다. 직무교육 과정에도 농협 역사를 이해하고 협동조합의 발전을 모색하는 내용을 크게 늘렸다.
234만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농협은 농민에서 출발했다. 지역 농민들이 출자해 지역 농·축협이 처음 생겼으며, 이 지역 농·축협이 출자해 생긴 것이 농협중앙회다. 하지만 외부 기업과 인수합병(M&A)으로 조직이 방대해지고 농협 내에서 비리 의혹 등이 터져 나오면서 이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라는 기본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점 때문에 김 회장이 당선 때부터 여러 차례 농협 직원들의 정체성 회복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임직원들의 가슴에 농민이란 정체성이 다시 생길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 국민과 농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농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