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트 달고 짜릿한 추월 “나도 레이서”
본보 김성규 기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시에 있는 ‘키알라미 서킷’에서 포르셰의 ‘뉴 911 타르가 4’를 체험하고 있다. 뉴 911에는 ‘다이내믹 부스트’가 달려 있어 가속할 때 더욱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포르셰 제공
포르셰코리아는 이달 말과 다음 달에 걸쳐 뉴 911 터보와 터보 S, 뉴 911 카레라 4와 4S, 뉴 911 타르가 4와 4S 등 모델을 순차적으로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모델을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키알라미 서킷’과 인근 도로에서 먼저 시승해 봤다. 시승해본 결과 이 모델들은 기존 스포츠카와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주행 성능을 경험하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모델의 ‘다이내믹 부스트’ 기능은 영화나 레이싱 게임에 나오는 차들에 달린 부스터를 생각하면 쉽다. 갑자기 뒤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면서 벽도 타고 올라가는 그런 것 말이다. 물론, 이 차들의 뒤에서 불이 나오거나 벽을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핸들 오른쪽 아래에 동그랗게 달린 주행모드 선택 다이얼 가운데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차가 쏜살같이 튕겨 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앞으로 뛰려는 육상선수를 일부러 뒤에서 잡고 있다가 한순간 놓아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포르쉐 뉴 911 터보의 내부 모습. 핸들 오른쪽 아래에 운전 모드와 ‘다이내믹 부스트’ 조작 버튼이 달려 있다. 포르쉐코리아 제공
단, 제한시간은 20초. 20초가 지나면 다시 원래의 주행모드로 돌아온다. 따라서 코너를 도느라 속도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직진 코스에 진입하면서 속도를 올리거나 앞차를 순간적으로 추월할 때 쓰면 좋다. 포르셰 911 라인 책임자인 토마스 크리켈베르크 씨는 “속도가 높은 상태에서 더 빠른 속도로 가기보다는 속도가 느린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가속하는 용도로 쓰면 좋다”고 설명했다.
남아공의 도로에서 앞선 차들이 나타날 때마다 부스트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추월하는 맛은 스포츠카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분이 아닌가 싶었다. 다만 시승했던 도로는 시야가 지평선까지 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도로. 앞차를 아무리 빨리 제칠 수 있다고 해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위험하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셰’답게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위한 기타 기능도 이름값을 한다. 서킷을 몇 바퀴 돌고 나니 급커브에서 차가 넘어갈까 불안한 속도에서도 차체가 눌리면서 원심력을 견뎌준다는 ‘믿음’이 생겼고, 이후부터는 마음껏 코너를 돌 수 있었다.
다른 차의 뒤를 쫓다 보면 속도에 따라 차 뒷부분에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해 주는 ‘에어플랩’이 접혔다 펴졌다 하면서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타고 있는 차의 엔진 소리는 크게 들리지만 외부의 큰 소음은 잘 들리지 않았다.
주행 성능도 개선했지만 스포츠카로 일반 도로를 달릴 때의 불편함을 개선하려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차체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점. 선택 품목으로 ‘프런트 액슬 높이 조절 장치’를 고를 수 있는데, 저속에서 차체의 높이를 40mm 높일 수 있다. 스포츠카의 차체가 낮아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밑 부분이 긁힐까 봐 신경 쓰이는 운전자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쓰기 편해졌다. 복합연비는 카레라 4와 타르가 4가 L당 9.3km이며, 터보는 인증이 진행 중이다.
뉴 911 카레라 4와 타르가 4는 이달 말, 뉴 911 터보는 다음 달 말 국내 출시 예정이다. 가격은 1억4190만(카레라 4)∼2억5860만 원(터보 S)이다.
요하네스버그=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