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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새글 도착’ 열어보니 ‘헬리콥터 삽니다’

입력 | 2016-03-15 03:00:00

포털서 SNS로… 더욱 은밀해진 장기매매 브로커




장기매매 브로커들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장기이식을 알선한 범죄 실태가 법원의 판결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그간 포털사이트의 장기이식 카페에서 알선을 하던 브로커들이 최근에 SNS를 적극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상호)는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장기매매 브로커 박모 씨에게 장기매매를 알선했다가 장기이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 씨(29)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송 씨는 지난해 8월 말 부산에서 페이스북을 하며 ‘박○○’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과 친구를 맺게 됐다. 가짜 계정으로 활동하는 박 씨는 장기이식 알선업자였다. 박 씨는 송 씨에게 “신장을 팔 사람을 구한다. 병원에서 검사 후 우리가 지정하는 환자에게 신장 이식을 하면 그 대가로 최대 1억6000만 원까지 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으로 보냈다.

돈이 필요했던 송 씨는 지인을 통해 신장을 팔 사람을 찾았다. 그는 지인인 이모 씨 등에게 장기를 팔 사람을 찾아 수수료를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최모 씨(21)에게 “돈이 필요하지 않냐. 네가 신장을 팔면 그 대가로 8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라고 꼬드겼다. 최 씨는 자신의 나이, 성별, 혈액형을 알려줬다.

이들은 다시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박 씨에게 “21세 O형 혈액형의 남자 손님이 있다”라며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신장을 팔 것을 약속했다. 박 씨는 건강검진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대구 북구의 한 병원을 지정했다. 검진 비용, 검사 방법 등 구체적인 절차를 설명했다. 박 씨는 “지난해 9월 12일 건강검진이 가능하다”고 알렸으나 최 씨가 응하지 않아 더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송 씨 등은 수사기관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송 씨 등은 쉽게 목돈을 벌 생각에 장기를 팔 사람을 물색하여 장기매매 브로커와 연결시키려 시도하며 적극적으로 알선행위에 나섰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한편 과거에는 장기매매 브로커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신장이나 간 등을 팔려는 사람과 매수자를 구하는 방법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SNS,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게시판으로 활동 무대가 확대되고 있다.

장기매매를 의미하는 은어와 휴대전화번호를 함께 올리면 카카오톡을 비롯한 채팅 SNS로 계약이 성사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귀신(귀하의 신장) 헬리콥터 삽니다’라는 글들이 글쓴이의 휴대전화번호와 함께 돌아다닌다. 헬리콥터는 영어 단어 ‘Heart(심장), Liver(간), Cornea(각막), Pancreas(췌장), Tendon(힘줄), Retina(망막)’의 합성어다. SNS에서는 ‘귀신(귀하의 신장)’ 외에도 ‘청웅(죽은 이)’, ‘통나무(장기가 적출된 시체)’ 등 장기매매를 암시하는 은어가 사용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포털이나 커뮤니티에서 장기매매를 주선할 경우 검색 과정에서 걸릴 수 있어 공개적인 공간에는 글을 잘 남기지 않는다”며 “SNS를 통해 은밀히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