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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습기 살균제’ 옥시, 인체유해 여부 독성실험 안해”

입력 | 2016-03-15 03:00:00

檢 “회사 매각 과정서 흐지부지”… 회사측 “안전성 실험 끝난걸로 알아”
피해자 모임, 이마트 추가 고발




2011년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가 2001년 원료 성분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변경하면서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던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흡입독성 실험은 호흡할 때 몸 안으로 들어간 가루나 가스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검찰은 제조사 내부에서 독성 실험을 검토했다가 흐지부지된 배경과 2001년 제품 출시 당시 연구진 및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 기업 레킷벤키저가 2001년 4월 동양화학그룹의 계열사였던 ‘옥시’를 인수해 설립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사건 발생 후 회사명을 RB코리아로 변경했다.

PHMG를 주성분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는 옥시레킷벤키저가 인수하기 전인 옥시 때부터 출시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살균제 주성분이 바뀌는 만큼 옥시 내부에서 독성 실험이 검토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업체 내부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회사가 레킷벤키저로 매각된 뒤 흡입독성 실험을 비롯해 피부독성 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가 영유아와 임산부 수십 명이 숨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커진 2011년까지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점도 조사할 계획이다. 1997년 최초로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을 전후해 연간 국내 판매량이 60만 개에 육박했지만, 어떤 제조업체도 흔한 동물 실험 한번 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판매했다. 이에 대해 옥시 관계자들은 “우리는 화학독성 실험을 계획했으나 회사가 매각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인수하기 전 회사에서 이미 안전성 검토까지 마쳤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 옥시 대표와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을 소환해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2001년 당시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비누와 비슷한 ‘세정제’로 등록돼 있었던 만큼 동물실험이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찰은 업체 관계자들에게 PHMG의 독성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해 다수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과 환경 시민단체는 롯데마트와 SK케미칼에 이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전현직 임원도 14일 검찰에 고발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