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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로 부활한 ‘칼라스의 영혼’

입력 | 2016-03-15 03:00:00

데뷔 40주년 기념작 ‘마스터 클래스’




윤석화는 18년 전 연극 ‘마스터 클래스’로 이해랑연극상을 최연소 수상한 인연이 있다. 돌꽃 컴퍼니 제공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배우 윤석화를 위한 작품이다.

그랜드 피아노 한 대만 놓인 빈 강의실. 강의실 문이 열리자마자 ‘또각또각’ 하이힐 굽 소리를 경쾌하게 내지르며 검은색 슈트, 샤넬 백을 어깨에 두른 세계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걸어 들어온다. 배우 윤석화가 40년 전 사망한 그를 무대 위로 되살려낸다. 윤석화의 표정에선 도도함과 품격이 묘하게 묻어난다. 칼라스는 후배들을 상대로 자신의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담은 대사들을 쏟아낸다. 이 말은 마치 올해 연기 인생 40년을 맞은 윤석화가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해 보는 걸로는 부족해. 해내야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거야’ ‘긴장은 준비의 부족을 의미해. 자신감의 결여를 가져온단 말이지’….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칼라스가 무대에서 은퇴한 뒤 1971∼1972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후배 성악가들을 상대로 열었던 ‘마스터 클래스’ 현장을 무대로 옮긴 작품.

데뷔 40주년 기념작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선택한 윤석화의 결정은 탁월했다. 모노드라마에 강한 윤석화에게 이 작품은 ‘몸에 잘 맞는 옷’ 그 자체였다. 독백 장면이 많은데, 윤석화는 때론 절제된 감정으로, 때론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내며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 칼라스의 캐릭터에 혼을 불어넣는다.

올해 환갑을 맞은 여배우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무대에 함께 오른 후배들과는 다르게 정확한 발음, 열정적인 연기를 120분 러닝타임 내내 선보이며 내공을 과시한다.

극에는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베르디의 ‘맥베스’, 푸치니의 ‘토스카’ 등 3개의 오페라 아리아가 등장한다. 극 중 피아노 반주자로 등장하는 구자범 음악감독이 직접 무대에서 연주한다.

드라마 ‘용팔이’에서 열연한 배우 배해선, 소프라노 이유라, 테너 이상규, 이현수가 무대에 오른다. 20일까지 LG아트센터. 3만∼10만 원. 02-3673-210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