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어제 “김무성 죽여” 막말로 해당(害黨) 행위를 한 윤상현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를 발표했다. ‘태풍의 눈’이던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새누리당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공천 발표가 보류됐다. 유 의원을 컷오프하려는 이한구 위원장 등 친박(친박근혜)계 공관위원과 총선 역풍을 우려하는 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져 결국 최고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린다고 한다. 이렇게 논란이 커질 정도면 경선을 붙여 투명하게 처리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맞는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곽상도 전 민정수석, 윤두현 전 홍보수석,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등 대구의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5인방’은 모두 단수 추천이나 경선을 치르게 됐다. 현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던 이들이 모두 1차 관문을 통과한 데는 꼼수도 작용했다. 공관위가 그제 대구의 주호영(수성을) 서상기 의원(북을)을 컷오프하고 각각 여성과 장애인 우선추천 지역으로 정하자 진박과 경쟁했던 예비후보들이 이쪽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30일도 안 남은 가운데 진박을 살리기 위해 이루어지는 후보 재배치는 대구를 아무렇게나 주물럭거려도 되는 ‘영지(領地)’쯤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유승민계 4인방’으로 알려진 대구의 김희국(중-남) 류성걸 의원(동갑)과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 등은 모두 컷오프됐다. 친박계가 주도했던 2012년 19대 공천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수장 격인 이재오 의원만 살려 두고 측근인 진수희, 권택기 유정현 전 의원 등 친이계를 대거 쳐냈던 일을 연상케 한다. 이번에는 유 의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려는 ‘유승민 고사(枯死) 작전’이란 말이 무성하다.
이번 20대 공천에서도 ‘비박 학살’ 자행이라는 오명을 짊어지는 것이 새누리당이나 박 대통령, 그리고 정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볼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 누구도 박 대통령에게 찍힐 경우 정치적 미래가 없다면 공천의 공정성 여부를 떠나 정치 혐오마저 불러일으킨다. 새누리당이 이러고도 국회 180석, 아니 과반수 의석을 노린다면 도둑놈 심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