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3월 16일
세계적인 무대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에 대한 부산시의 압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로부터 불거진 위기에 영화계와 많은 관객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외부의 불필요한 간섭에서 그 중대한 원인을 찾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려는 영화제의 온전한 노력은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 선두에서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외치고 있는 사람. 강수연(사진 오른쪽)이다. 이제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로 단독으로 그 직을 수행해가고 있는 그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강수연이 1990년 오늘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제28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수상이 더욱 눈길을 모은 것은 1988년 ‘우리는 제네바로 간다’와 19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에 이어 3년 연속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수연은 당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여배우였다.
당시 강수연은 1989년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그리고 19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한국영화의 독보적인 여배우로서 강수연은 관능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그 어떤 배우도 따라잡지 못하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그에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가 그해 한국영화 흥행 3위에 오른 것도 그 방증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여배우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강수연. 1996년 이후 올해로 20주년을 맞으며 어엿한 성년이 됐지만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그의 활약을 기대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