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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기업 잇따라 사냥… 中자본 ‘M&A 굴기’

입력 | 2016-03-16 03:00:00

안방보험, 스타우드 호텔 인수제안




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사위가 세운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미국의 유명 호텔 체인을 잇달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국제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안방보험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14일 웨스틴, 셰러턴, W 등 유명 호텔 브랜드를 보유한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에 128억 달러(약 15조2300억 원)를 제안하며 인수 의사를 밝혔다. 스타우드 측도 이날 인수제안서 접수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포브스 등 미 언론은 안방보험이 미국 내 16개 고급 호텔을 가진 ‘스트래티직 호텔 앤드 리조트’를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65억 달러에 매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또 미국의 유명 호텔 체인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안방보험이 2014년 말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애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 달러에 사들인 것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호텔그룹 메리엇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주당 72.08달러에 스타우드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양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안방보험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후발 주자인 안방보험은 판세를 뒤집기 위해 메리엇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비싼 주당 76달러와 전액 현금 지급을 인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스타우드와 메리엇의 주주들은 28일 최종 투표로 인수자를 결정한다.

안방보험은 10여 년 전만 해도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던 작은 회사였다. 미국, 유럽 등에서 공격적으로 호텔과 보험회사를 사들이는 현재의 안방보험을 키워낸 이는 창업자인 우샤오후이(吳小暉·50) 회장이다. 2004년 상하이에서 설립될 당시 자본금이 5억 위안(약 914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619억 위안(약 11조3000억 원)으로 124배나 커졌다. 불과 10년 동안 직원 3만여 명을 둔 중국 5대 종합보험사로 성장했다.

미 언론은 덩샤오핑의 외손녀사위인 우 회장을 ‘베이징의 버핏’으로 부른다. 보험사에 맡긴 고객 돈으로 M&A를 하는 수법이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둘째 딸인 덩난(鄧楠)의 장녀 덩줘루이(鄧卓芮)는 안방보험이 만들어진 2004년 우 회장과 결혼해 그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 저장(浙江) 성 핑양(平陽) 현 출신인 우 회장은 핑양 현 정부의 공상국에서 근무하다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의 초고속 성장의 배후엔 이런 정치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민간인이 보험 영업 허가를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2004년 안방보험을 설립하고 지금은 거의 모든 금융부문의 영업 허가를 받아 냈다.

안방보험 이사회에는 중국 공산혁명의 개국 공신 천이(陳毅)의 아들 천샤오루(陳小魯),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 상하이자동차집단 후마오위안(胡茂元) 사장 등 유명 인사 및 거물들이 포진해 있다.

중국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올 들어 1020억 달러(약 121조 원)로 지난해 전체 금액인 1060억 달러에 이미 육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안방보험은 미국의 유명 호텔 외에 미국 유럽의 금융회사들도 여럿 인수했다. 벨기에 델타로이드 은행, 네덜란드 보험사인 피밧,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안방보험의 공습이 거세다. 안방보험은 2014년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국내 8위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중국 본토 자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빗장을 열어 젖혔다. 이후에도 안방보험의 ‘입질’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매물로 나오거나 매각설에 시달리는 금융회사마다 단골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올 들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고 최근엔 현대증권 인수를 저울질하다가 포기했다. 올 초에는 안방보험이 삼성카드를 인수한다는 루머가 금융권에서 돌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