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전문회사 대표 3人이 말하는 금융 미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영빈 파운트 대표, 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스 대표,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왼쪽부터)가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함께 대화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그렇다고 컴퓨터를 그대로 놔두면 로봇이 알아서 투자하는 건 아니에요. 전문가들이 새로운 데이터와 전략을 채워 줘야 합니다.”(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스 대표)
“‘부자들에게만 주어지던 자산 관리 서비스의 저변을 넓히는 게 목표’라고 했더니 짐 로저스도 흔쾌히 도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김영빈 파운트 대표)
○ ‘알파고 특수’에 관심 집중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조언 및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상의 자산 관리 서비스다. 지난달 말 현대증권과 업무 제휴를 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 정 대표는 “알파고가 이 9단과 바둑을 두듯이 저희 프로그램은 금융시장과 한 수, 한 수를 겨루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바둑에서는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해 내놓은 수가 상대방의 수에 의해 최악이 될 수 있다”며 “우리도 금융시장 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계속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추구하는 것은 시장 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고수익이 아니라 변동성이 낮은 안정적인 수익률이라는 게 대표 3명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영빈 대표는 “약 5년 전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크게 확산된 분야도 퇴직연금 시장”이라며 “손실을 보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를 원하는 퇴직자들과 로보어드바이저의 궁합이 딱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손실을 보지 않는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수익을 내는 투자처가 많지 않으니 한번 원금을 잃어버리면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지기 때문. 김승종 대표는 “최근 절세 혜택을 갖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관심이 쏠리는 것처럼 투자 비용을 줄이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인데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몸담고 있는 쿼터백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계좌의 평균 수익률이 2%로 같은 기간 주요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3.38%)을 앞질렀다. 이러다가 로보어드바이저가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이들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자산 관리 서비스를 로봇을 이용해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영 대표는 “최근 금융 인력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로봇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금융 투자의 시대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정보의 평준화 등으로 이른바 ‘대박 종목’을 찾는 족집게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영빈 대표도 “우리 회사의 고문 역할을 맡아 준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처음에는 시스템을 통한 투자에 부정적이었지만 계량화된 분산 투자를 통해 ‘저위험 중수익’을 구현해 내겠다는 말에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세 대표는 알파고의 등장으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반겼지만 한편으로는 잘못된 기대심리로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정 대표는 “최근 회사로 ‘종목 추천’이나 ‘초단타 매매’를 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우리가 마치 로봇을 통해 족집게 투자를 해 주는 것처럼 생각하면 이는 투자자들의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