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리듬 그리고 박자
등교한 친구들끼리 이런 대화 나눠 봤지요?
“어제 ‘프리티 스타’ 봤어? 제니 완전 멋있지 않아? 비트(beat)도 죽이고. 근데 매일 11시쯤엔 자다가 어제 그 프로 보느라 늦게 자서 생활리듬(rhythm)이 깨졌나 봐. 너무 졸리다.”
우리가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리듬과 비트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박과 박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가 어떤 ‘소리’를 ‘음악’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그 소리에는 최소한 ‘리듬(rhythm)’이라는 개념이 있어야 합니다. 음악이론을 다루는 책에서 가장 먼저, 중요하게 나오는 음악의 3요소에서도 제일 먼저 리듬을 꼽지요. (나머지 둘은 선율-멜로디, 화성-하모니라는 개념인데 요즈음에는 음색, 강약, 짜임새 등 음악의 중요한 모든 요소를 넣어 음악의 요소에 포함시킨답니다.) 제일 먼저 나온다는 얘기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인데요, 음악의 나머지 요소가 다 있어도 리듬이 없으면 음악이 구성될 수 없는데 리듬은 그 자체만으로도 음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물놀이’<그림 1>가 바로 그 리듬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입니다. 사물놀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요? 그럼 이건 어때요?
국가대표 대항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여지없이 들리는 응원 “대∼ 한민국! 짝짝 짝 짝짝!” 하고 치는 박수가 바로 리듬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을 음표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습니다.
처음 대화에 언급된 ‘생활리듬’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리듬의 개념은 넓은 의미의 리듬이고, 음악에서 쓰이는 리듬은 좁은 의미의 리듬입니다. 리듬이라는 말은 원래 우주의 변화와 질서를 설명할 때 쓰이던 말인데, 그것을 음악이 빌려다 쓴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겠습니다. 우주의 변화와 질서를 반복의 형태로 느끼는 것이 바로 리듬이며, 그 반복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2와 3이라는 소수(素數)의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 3, 소수라는 말이 나오니 음악 얘기에 웬 수학? 할지 모르겠지만 수학과 음악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답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피타고라스도 수학자, 철학자이면서 비례식으로 음을 조율해 내는 음률을 생각해낸 최초의 음향학자이자 음악가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럼 ‘박(beat)’은 무엇일까요? 영어에서 비트(beat)는 심장박동, 맥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심장박동이 일정하지 않으면 그건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병이고요, 건강한 성인의 심장은 1분에 50∼60회로 일정한 속도로 뛴답니다. 심장박동과 같이 음악의 생명을 유지하며 그 흐름을 일정한 단위로 재는 것이 바로 ‘박’입니다. 일정한 단위로 계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질서가 생기게 되고, 그 질서는 바로 셈여림(강약)의 규칙에 따라 정리가 되지요. 바로 이렇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셈여림의 한 단위를 ‘한 마디’라고 부릅니다. 즉, 박자와 마디가 먼저 생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리듬의 흐름 속에 강약(◎ o) 이 생기게 되었고, 그 강약의 반복을 단위로 표시하게 되면서 박자(meter), 박자표(time signatures)라는 개념이 생긴 것입니다(즉 박, 마디, 박자의 개념 모두 리듬 안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박자표는 잘 알고 있듯이 아래 숫자는 기본 단위박이며, 위 숫자는 한 마디 안에 기본 단위박이 몇 개 들어가는지에 대한 음표 개수입니다. 규칙적인 셈여림은 강 약 약 중강 약 약(◎ o o O o o)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연주되는 박자 곡의 경우 6개의 박자를 하나씩 세기도 힘들고, 지휘하기도 힘들어 8분 음표를 3개씩(♪♪♪♪♪♪=♩. ♩.) 묶어 그냥 강약(◎ o) 으로 노래하기도 합니다.
<그림 3>에서 박자에 대한 모든 것을 표로 나타내 보았는데요, 홑박자와 겹박자는 모두 2박, 3박, 4박 계통으로 나눌 수 있고 섞임박자(혼합박자)는 각각의 홑박자를 더해서 생긴 박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2+3, 3+4 등).
겹박자는 홑박자의 각 박을 3등분하여 만든 박자로, 예를 들어 홑박자인 2박의 각 박을 3등분하여 만들면 6박자가 되고, 홑박자인 3박의 각 박을 3등분하여 만들면 9박자가 되는 것입니다. 왜 2등분이 아니고 3등분이냐는 궁금증이 생기나요? 그건 서양음악이 교회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요. 서양음악의 시작이 바로 교회음악이었고, 교회에서는 3(삼위신, 삼위일체 등)이라는 숫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