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효과]“인간의 뇌 따라한 AI… 공포 아닌 창조적 혁신 도구”
마지막 승부에 시선 집중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마지막 대국이 열린 15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TV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알파고의 결과값대로 무표정하게 바둑돌을 놓는 아자 황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 교수는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의 등장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미 자동차나 굴착기 등이 인간의 느린 속도나 부족한 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도구에 불과했고 인간이 통제권을 쥐고 있었다.
“이번에 알파고는 통제권의 대부분을 쥐고 있었어요. 오히려 인간을 가르치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죠. ‘실수’라고 했던 수들이 이후 묘수로 밝혀진 사례처럼 말입니다.”
정 교수는 인간의 뇌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 알파고의 우승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알파고에 인간의 직관과 추론 능력을 더했다. 이 시도는 21세기 AI 연구를 지배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교수는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에서 AI의 미래를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9단은 불과 세 경기 만에 상대를 파악하고 허점을 간파했다. 인간 지성의 위대함이다”라고 말했다.
신과 인간의 존재를 성찰한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을 최근 낸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54·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공지능이 수많은 전통적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간의 노동과 직업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인간의 창의성을 강조했다. 그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창조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다. 이는 인공지능은 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앞으로 인간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이미 기계가 신체 기능 일부를 대체하는 등 기계와 공존하는 시대에 들어섰다”면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한국 사회가 기존의 것을 잘 적용하는 데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길로 나아가는 일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배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한 최근의 공포는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알파고는 아직 경우의 수를 잘 따지는 성능 좋은 전자계산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교육과정을 교과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 교육과정은 학생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우면 나중에 창의력, 협동심, 소통능력 같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송 교수는 “‘어떤 역량을 키우기 위해 A과목의 무슨 영역을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며 “핀란드도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동심,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네 가지 역량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직업의 전문성 개념이 바뀔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송 교수는 “약사 자격증이 있다고 무조건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조제 능력 외에 환자와 교감할 줄 아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반복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인간에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공감 능력 등 인성이 중요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