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정치부 차장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해도 친노 의원 한두 명이 소셜미디어에서 툴툴대는 걸로 저항은 끝났다. 김 대표가 민주노총에 찾아가 “노조가 근로자 권익 향상보다 너무 사회적인 문제에 집착한다”고 쓴소리를 해도 평소에는 민주노총 눈치를 보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은 조용하다. 북핵 문제나 개성공단 폐쇄 문제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주장에 토를 다는 의원은 없다. 진보를 자신의 정체성처럼 여기던 한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 의원은 아예 우(右)클릭이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철저한 순종이다.
공포를 바탕으로 한 김 대표의 이 같은 말과 행동은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로 보인다. 이미 1월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 제안을 했을 때 김 대표는 자신이 ‘외연 확장’을 맡을 테니 문 전 대표는 ‘집토끼 장악’을 맡으라고 했다.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가 이른바 ‘올드(old) 친노’를 컷오프해도 문 전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한, 집토끼는 도망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즉에 파악한 것이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당의 다수가 반기를 들겠다고 하면 내가 여기 있겠어”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가 2012년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다음 달 13일 이후 자신이 살려준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공포 리더십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