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는 사람은 때때로 목이 막히지만
그렇다고 처음 음식을 만든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
食者有時而(열,일) 然不可以追咎始爲飮食者
(식자유시이일 연불가이추구시위음식자)
―이상정의 ‘대산집(大山集)’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수많은 제도와 규칙이 존재한다. 저마다의 제도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 운용을 살펴보면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엉뚱한 쪽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엇을 탓해야 할까? 제도의 문제인가? 악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인가? 악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도를 보완하고 덧붙여 가면서 제도는 점점 복잡해지고, 우리의 편리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 때문에 생활은 오히려 더욱 불편할 때가 있다.
이상정은 이 글에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하여 입을 닫고 먹지 않아서도 안 된다.” 목이 막힐 것을 염려하여 아예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이 말이 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우선 제도를 잘못 운영했거나 악용한 사람들을 탓해야지,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만 탓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애초의 문제였던 학문을 다시 생각해보자. 학문을 올바르게 실천한다면 누가 학문의 폐단을 논하겠는가. 학문의 목적은 장차 행하기 위함인데, 어찌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기 위한 학문이 있겠는가. 올바르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릇된 행동을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위선자들의 행동을 학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