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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실업 사태 초래하기보다 새 일거리 창출”

입력 | 2016-03-16 17:11:00

日 인공지능 전문가 마쓰오 유타카 교수 인터뷰



마쓰오 교수가 16일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도쿄대 공학부 건물안에 마련된 ‘마쓰오연구실’에서. 30여 명의 연구원이 이곳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에 대해 연구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이거 맞나?” 연구실 벽에 누군가가 알파고의 알고리즘 방정식을 풀어놓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금은 대변혁기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은 대 실업 사태를 초래하기보다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일본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라 불리는 마쓰오 유타카(松尾豊·41) 도쿄대 특임 준교수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에 대해 “경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성장속도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바둑소프트웨어 알파고는 아마추어 기사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는데 불과 5개월 만에 이토록 강력해졌다는 것.

그는 “딥마인드사 연구팀이 대단하다고 본다. 다른 기관이었다면 2~3년은 더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사들이 내놓는 ‘일본을 이끌 100인’ 등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그는 AI의 발전에 따라 인간사회에 가져올 변화상은 산업혁명과도 같은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인간의 일거리가 인공지능과 로봇에게로 상당히 옮겨가고 이에 따라 직업의 세계도 인류의 생활상도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

“벌써 나가사키(長崎)현의 관광지 하우스텐보스에는 로봇과 인공지능만으로 운영되는 무인호텔이 성업 중입니다. 지난해 여름 미국 마스터카드가 ‘얼굴인증’에 의한 결제시스템 실험을 시작했는데, 이 시스템이 진화하면 마트에서의 쇼핑풍경은 확 달라질 겁니다.”

고객이 쇼핑바구니를 계산대에 내밀면 점원이 일일이 바코드를 찍고 계산하는 게 아니라 실내 카메라로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본인확인을 거친 뒤 손에 든 상품을 판별하고 등록된 은행구좌에서 자동적으로 결제되는 식이다. 계산대 직원이 사라지고 경비원도 필요 없다.

그는 “미 AP통신은 인공지능이 기업 결산기사를 쓰고 있다”며 단순작업이라면 기자라는 직업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직업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의사. 이미 정밀한 로봇수술이 선호되는 상황이다. 미국 벤처 엘리틱사의 AI시스템이 검사화면에서 유방암을 발견하는 정밀도는 숙달된 방사선과 의사를 뛰어넘었다.

세무나 회계 분야도 어렵다. 미국에서는 이미 우수한 세무소프트웨어가 나와 세무사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수치나 정형적인 문장을 취급하는 회계사도 AI에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숫자를 취급하는 금융계 업무도 AI에 대체되기 쉬운 분야다.

올해초 일본 노무라 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앞으로 10~20년 후엔 일본 인구의 절반이 종사하는 업무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일본의 직업 601개를 대상으로 확률을 계산한 결과였다. 일반 사무직, 택시 운전사, 마트 계산원, 경비원, 빌딩 및 호텔 청소원 등이 대표적인 직업들로 꼽혔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 똑똑해져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남는다. 마쓰오 교수는 AI시대를 이겨내는 직업의 특징으로 ‘사람의 감정과 직접 접해야 하는 일’ ‘같은 내용이 반복되지 않는 일’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의 세가지 포인트를 지적했다.

“가령 고객에게 사과하러 가는 일 같은 것은 최후까지 인간이 할 일로 남겠지요. 아무리 정교한 로봇이 찾아가서 아름답게 무릎을 꿇더라도 거꾸로 분노를 살 테니까요. 결국 감독이나 책임 부분에는 인간이 필요할 겁니다.”

바텐더나 소믈리에, 영화감독, 유치원 교사 등 ‘사람과의 대면’이 기본인 업무는 역시 인간이 해야 한다. 타인과 협조하거나 타일을 이해하고 설득 협상해야 하는 상황, 서비스 지향성이 요구되는 직업도 인공지능 대체가 어렵다.

그는 나아가 인공지능이 ‘대실업사태’를 일으키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식의 전망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인류는 기술발전에 따라 삶의 패턴과 직업을 끊임없이 바꿔왔습니다.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뿐, 새로운 일거리와 직업이 속속 생겨날 겁니다. 보다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추구하며 경쟁하는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최근 일본 정부는 2030년대를 내다보며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산업성,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등이 각종 지식인 회의를 열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일본이 직면한 인구감소 노동력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날씨와 온도에 맞춰 대응이 필요한 농업.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AI로봇을 도입하면 ‘일당백’의 일꾼을 얻는 것과 같다. 어떤 맛이나 형태의 농산물을 만들지를 기획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건설 토목분야, 특히 오래된 다리나 전철, 원자력발전소 폐로작업 등은 가까운 시일내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겨질 겁니다.”

도쿄전력은 현재 후쿠시마(福島) 원전 폐로에 30~4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지만 그에 따르면 이 기간은 반드시 단축된다는 것.

또 인공지능은 향후 10~15년 내에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번역’이 외국어와의 언어 장벽을 뚫어주는 시대가 오면 언어와 국경의 보호 하에 경쟁력을 보장받았던 직업들이 모두 해외 동업자와 경쟁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결정합니다. 인공지능은 강력한 도구지만 사용하는 주체는 인간이죠. 전쟁이나 범죄에 사용하면 재앙이 되고 농업이나 생산에 활용하면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보다 지혜로운 활용을 위해 국제협력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입니다.”



※딥 러닝이란?

인공지능이 둑이 터지듯 발전한 데는 ‘딥 러닝’의 기여가 결정적이다. 2012년에 등장한 컴퓨터의 ‘계산방법’으로 쉽게 말해 컴퓨터가 인간처럼 ‘깨우치기’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같은 계산을 10만번 하더라도 첫 번째와 10만번째 방법은 똑같았고 좀더 빨리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지는 못했지만 딥러닝을 통해 더 빠른 방식을 스스로 찾게 됐다는 것.

마쓰오 교수는 ‘구글사가 고양이를 인식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는 뉴스는 ‘구글사가 자동운전차를 개발했다’는 뉴스보다 엄청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딥러닝에 의해 컴퓨터가 데이터로부터 적절한 지식을 스스로 뽑아올 수 있게 됐다는, 즉 고양이 그림을 많이 보여주면 고양이를 분별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는 것.

‘딥 러닝’ 등장으로 AI는 지금까지 컴퓨터가 뛰어넘지 못했던 산을 AI가 넘어버렸다. 그래서 둑이 터지듯 기술이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질 가능성이 큰 직업


일반 사무직, 역무원, 회계감사관계자, 학교 교직원, 사무직 공무원, 카메라 조립공, 기계목공, 맨션 관리인, 급식조리사, 행정사무원, 은행창구 직원, 금속가공, 금속프레스공, 경비원, 경리사무직, 검침원, 자동차 조립공, 신문배달원, 슈퍼마켓 점원, 제빵공, 제분공, 측량사, 복권판매인, 택시 운전사, 택배배달원, 주차관리원, 통관사, 데이터 입력담당, 전기통신기술자, 전자제품제조공, 전철 운전사, 도로 패트롤대원, 빌딩시설관리기술자, 빌딩청소원, 호텔객실담당, 우편사무원, 도로요금 징수원, 계산대 담당, 열차청소원, 노선버스 운전자 등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이길 가능성이 큰 직업


아트디렉터, 아나운서, 애완견훈련사, 영화감독, 배우, TV탤런트, 카메라맨, 음악교실 강사, 학교 카운슬러, 관광버스 가이드, 클래식 연주가, 그래픽디자이너, 연예매니저, 경영컨설턴트, 게임크리에이터, 공업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국제협력 전문가, 카피라이터, 작사 작곡가, 의사(외과 산부인과 치과 소아과 정신과), 시나리오작가,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사회복지지설 간병원, 교사, 보육사, 스타일리스트, 성악가, 소믈리에, 네일 아티스트, 바텐더, 미용사, 평론가, 프로듀서, 방송기자, 만화가, 레스토랑 지배인 등
-자료: 노무라종합연구소


※마쓰오 유타카(松尾豊) 교수 프로필

1975년 일본 가가와(香川) 현 생
1997년 도쿄대 공학부 전자정보공학과 졸업
2002년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연구과 전자정보공학전공 박사
2002년 사업기술종합연구소 연구원
2005년 스탠포드대 언어정보연구센터 객원연구원
2007년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 연구과 준교수
2008년 WWW국제회의(International World Wide Web Conference) 프로그램 위원
2012년 일본 인공지능학회 편집위원장
2014년 일본 인공지능학회 윤리위원장
2014년 도쿄대 대학원 공학계연구과 기술경영전략학 전공 특임 준교수, 국가전략실 예지의 프론티어모임 위원, 경제산업성 IT융합포럼 지식인회의 위원
저서 :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는가? 딥러닝의 미래에 존재하는 것’(2015)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