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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증시… ELS가 돌아왔다

입력 | 2016-03-17 03:00:00


원금 손실 구간을 없앤 노 녹인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신한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의 노 녹인 ELS 상품. 각 사 제공

홍콩 H지수 폭락으로 손실 우려가 제기됐던 주가연계증권(ELS)에 최근 자금이 다시 흘러들고 있다. 연초 중국 등 세계 증시가 급락한 뒤 진정 기미를 보이는 데다 향후 주가 회복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는 ‘바닥 매수세’가 조금씩 유입되면서 위축됐던 ELS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도 투자자의 ‘ELS 공포증’을 털어내기 위해 주가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을 낮추거나 아예 없앤 ‘노 녹인(No Knock-in)’ ELS 상품을 내놓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 지지부진 증시, 되살아나는 ELS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발행됐던 ELS에 모인 돈은 1조9486억 원으로 1월(1조8573억 원)보다 1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3228억 원 많은 금액이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시장 상황과 지수 흐름에 좌우되는 펀드 상품은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 때 수익이 부진한 편”이라며 “ELS는 증시가 요즘처럼 지지부진할 때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상품이어서 최근 자금이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연초만 해도 손실 우려로 ELS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투자자들의 관심도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달 삼성증권의 ‘ELS 13231회’ 청약 경쟁률은 11 대 1을 넘었고, 한국투자증권이 3월 발행한 ‘TRUE ELS 7018회’의 청약 경쟁률은 7.8 대 1을 보였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중(中) 위험, 중 수익’ 투자 상품으로 알려진 ELS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ELS의 녹인 구간이 60%인 상품이 많았는데, 요즘 발행된 ELS 상품들은 원금 손실 구간을 최초가 대비 40% 정도로 설계한 ‘저(低) 녹인’ 구조의 상품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 지수가 1만일 때 가입했다면 지수가 400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익을 낼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 ‘노 녹인’ 상품, 만기 때 주가로 손익 결정

손실 확정 조건을 아예 없앤 ‘노(No) 녹인’ 상품도 최근 인기를 끄는 ELS 상품.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발행한 전체 ELS 가운데 98%를 노 녹인 상품으로 내놨다. 녹인 상품은 정해진 손실 확정 구간에 한 번이라도 진입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노 녹인 상품은 만기 전에 기초 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손실이 확정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만기일에 기초 자산이 일정 구간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기대했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증시의 단기 변동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또 증시 급등락에 대비하기 위해 쿠폰(상품 가입 후 일정 조건이 달성되면 제공하는 금리) 수익률을 7%대로 올린 상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 녹인 ELS라고 하더라도 만기에 약속된 구간 밖으로 주가가 벗어나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가 반 토막이 나거나 심지어 바닥으로 추락해도 문제가 없지만 만기가 될 때 정해진 구간 안에 있어야만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공원배 현대증권 시장전략팀 책임연구원은 “ELS는 한 번 가입하면 상환이 될 때까지 투자자가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는 ‘폐쇄형 상품’”이라며 “변동성이 큰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