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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외국인들, 중장기 원화채권에 눈길

입력 | 2016-03-17 03:00:00


정승교 NH투자증권 홍콩법인장

최근 외국인 투자가들이 ‘셀(Sell) 코리아’에서 ‘바이(Buy) 코리아’로 돌아섰다. 지난달 24일까지 최근 90거래일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7조 원이 넘는다. 아시아 국가 중 인도, 대만, 태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하지만 3월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원화 강세도 긍정적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홍콩 현지에서 느낀 외국인 투자가들의 반응을 보면 크게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홍콩 현지의 외국인 투자가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한국은 세계 경기 둔화, 유럽발(發) 은행 위기, 저유가 등 3대 외부 악재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 성향, 투명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 등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조짐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의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도 종목 위주로 접근한다면 아직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장성이 큰 바이오, 콘텐츠 업종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채권시장 역시 최근 자금 이탈 논란이 이어져 낙관하기 어렵다. 하지만 홍콩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한국 채권시장에 안정적인 투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에게 한국 채권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유동성이다. 한국 채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20조∼30조 원 규모다. 이 가운데 국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의 거래 비중이 70% 이상이다. 국채 선물과 이자율 스와프 같은 파생상품 시장이 발전해 헤지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가가 볼 때 시장 진출입이 쉽고, 정보의 효율이 뛰어난 한국 채권은 기본 포트폴리오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자산인 것이다.

과거 단기채권 투자에 한정됐던 외국인의 한국 채권 투자는 중장기 채권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 중앙은행뿐 아니라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연합(EU)의 일부 국가들도 보유 외환 다변화 차원에서 원화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가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에서 원화 채권 비중을 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홍콩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아시아 금융허브다. 이곳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 심리를 빠르게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홍콩에서 느낀 한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 심리엔 여전히 온기가 느껴진다.

정승교 NH투자증권 홍콩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