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 이세돌 단독 인터뷰, 제주서 휴가… “성원해준 국민 감사”
평소보다 많이 여위어 보인다 했더니 맞았다. 원래 호리호리한 체격인데 7kg이나 빠졌다니 그가 알파고와 대결하면서 얼마나 심리적 육체적 충격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이 끝난 뒤 16일 부인 김현진 씨(33), 딸 혜림 양(10)과 함께 제주도를 찾은 이세돌 9단(사진)을 숙소인 제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1∼5국의 전체적 패인으로 욕심과 초조함을 들었다. “제가 나름대로 ‘강심장’을 가졌다고 여겨 왔는데 기계와의 대결에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린 대목이 종종 있었다”며 “인간과 뒀으면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두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 “나름대로 강심장이라고 여겨왔는데 기계에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부려” ▼
관광객 사진요청 흔쾌히 응해
유일하게 승리한 대국인 4국에서 묘수로 꼽혔던 백 78 수에 대해선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잘되지 않는 수라고 할 수 있지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 수를 두면서 승리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일단 제가 너무 불리한 상태에서 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처럼 보인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끝까지 도전한다는 모습이 느껴져서인 듯싶습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앞으로 바둑을 두는 자세도 많이 변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정석이 아니라고, 인간 감각에 맞지 않는다고 두지 않았던 수법이나 상황에 대해 더 세밀한 수읽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우리가 아직까진 넘을 수 있는 상대지만 많은 화두를 던져준 상대”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일주일가량 머물면서 제주국제학교(KIS)에 입학할 예정인 딸 혜림 양과 부인이 머물 집을 고르고 충전을 위한 휴식을 할 예정이다.
서귀포=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