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사상최악]
정부는 발표 미적… 국회는 입법 발목
일자리 찾는 대학생들 15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서강대 베르크만스 우정원에 마련된 삼성그룹 채용상담실에서 학생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 가운데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자동차나 선박 부품용 도금을 하는 업체 51곳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일이 고되어 외국인 근로자도 기피할 정도여서 단지 내 도금업체들은 사람을 구하는 데 늘 애를 먹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구인난도 옛말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녹산 도금사업협동조합의 신영도 전무는 “경기 침체로 물량이 대폭 줄어 기존 인력 유지도 버거운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를 이끌어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은 국회에 발목을 잡혀 있다.
○ 청년 ‘고용절벽’에 내몰리다
하지만 올해 채용시장도 녹록하지 않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들은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소폭 늘리기로 했지만 경영여건 변화에 따라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취업문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최근 채용포털 ‘사람인’과 공동으로 임직원 1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411곳 중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294곳(71.5%)에 그쳤다.
○ 정부 대책 발표 시기 눈치 보기
당초 정부는 21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기로 했었다. 이 대책에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구직 청년에게 직접 주는 보조금을 늘리고, 청년을 더 많이 뽑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가 운영 중인 취업 프로그램(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하는 청년에게 월 수십만 원의 구직수당을 최대 6개월까지 지급하고, 면접경비 등 취업 비용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부 계획이 사전에 일부 알려지자 ‘총선용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정부는 대책 발표를 4월 말로 미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은 일자리정책 평가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다. 하지만 포퓰리즘 논란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시기를 늦춘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총선 전에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역풍’을 맞기보다는 총선 이후에 대책을 내놓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