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공천’ 여야 4인] 새누리 상향공천 공중분해 金, 당헌당규 디테일 못챙긴 ‘무기력한 대표’
《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법정 시한보다 두 달 넘게 끌며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던 여야다. 이번에는 4·13총선 공천 작업을 놓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후보자 등록(24, 25일)이 일주일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선거 대진표는 여전히 미완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사라지고 정책도 후보도 없는 깜깜이 선거다. 》
이의 제기한 김무성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부 지역구에 대한 공천 결정사항이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비판 일축한 이한구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공관위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의 비판을 일축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강경석·정치부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당 안팎에선 올해 초 상향식 공천 룰에 맞게 개정한 새누리당의 당헌 당규를 놓고 “시한폭탄을 남겨뒀다”는 말이 많았다. 사실상 ‘전략공천’의 길을 열어놓은 ‘우선추천’ 제도 때문이었다. 엄밀히 얘기하면 이 위원장은 당헌 당규에 나와 있는 대로 우선추천, 단수추천을 실시했다. 다만 왜 특정 지역구를 우선추천 지역으로 정하고, 또 특정 지역구에 단수추천을 한 건지에 대한 설명만 없을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박(비박근혜)계 재선 의원은 “결국 당헌 당규에 남겨놨던 불씨가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마디로 김 대표 자신은 공천권을 내려놓았을지 몰라도 다른 권력자나 실력자가 ‘우선추천’ 조항을 활용해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도록 방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무조건 “당헌 당규대로 하면 된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상향식 공천 정신에 맞게 우선추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당헌 당규의 디테일을 손봤어야 했다는 때늦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김 대표의 리더십은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나는 잘해 보려 했는데 제도를 악용한 사람들이 문제 아니냐”라고 하소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의 도그마에 빠져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무조건 원칙만 강조할 게 아니라 더 전략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강경석·정치부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