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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그때 이런 일이] 법원, 사상 첫 드라마 방영 중단

입력 | 2016-03-18 08:00:00

연기자 한혜숙


■ 1994년 3월 18일

‘일과 사랑’ 홍승연 작가, 가처분신청

1994년 오늘, 법원이 한국 방송 사상 처음으로 드라마의 방영 중단을 결정했다.

이날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5부는 홍승연 작가가 SBS를 상대로 주말드라마 ‘일과 사랑’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과 사랑’은 토요일이었던 19일과 일요일이었던 20일 방송되지 못했다.

법원은 ‘일과 사랑’이 당초 100회 방영을 예정한 상황에서 홍 작가가 20회분까지 대본을 집필했지만 이후 방송사측이 다른 작가로 교체한 것은 적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SBS 측은 홍 작가와 일부 연기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자 작가를 바꿨다.

이에 홍 작가는 1월 방송사를 상대로 법원에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홍 작가는 당초 자신이 기획하고 그 대본을 집필한 드라마와 관련한 저작권 및 저작자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드라마가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은 처음이었다. 법원의 결정에 SBS는 19일과 20일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동시에 이의신청을 내기도 했다.

드라마 ‘일과 사랑’은 한 해 전인 1993년 10월23일 방송을 시작했다. 한혜숙과 이영하, 노주현, 나현희 등이 주연해 현대 여성의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기획의도로 시청자를 만났다. 하지만 방송 도중 내부 갈등이 도드라졌고 결국 작가와 방송사가 법정에서 마주치는 사태에 이르렀다.

며칠 뒤 홍 작가는 가처분신청을 철회했다. “작가로서 권리를 인정받은 만큼 시청자의 볼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뜻에서였다. SBS 역시 이의신청을 거두고 홍 작가와 화해했다. 결국 ‘일과 사랑’은 26일부터 다시 방영됐다. 그리고 당초 남은 6회분을 4회로 압축해 4월3일 막을 내렸다.

‘일과 사랑’을 둘러싼 이런 분쟁은 저작권과 시청자의 볼 권리 등과 관련해 중요한 논점을 던져줬다. 당시로서는 아직 낯설었던 드라마와 관련한 저작권 문제에 대해 제작과 관련한 모든 관계자들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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