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장기 칩’ 개발 어디까지 왔나

최근 생명과학계에서는 인체의 장기를 모방한 ‘인체 장기 칩(organ-on-a-chip)’이 각광받고 있다. 전자회로와 살아 있는 세포를 결합해 실제 장기 기능을 칩 위에 구현했다. 눈을 닮은 ‘아이온어칩(Eye-on-a-chip)’, 허파꽈 리를 재현한 ‘렁온어칩(Lung-on-a-chip)’, 미세혈관을 모방한 ‘혈관온어칩’, 장기 3개를 연결한 ‘멀티 장기 칩’(맨위부터). 허동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전누리 서울대 교수·성종환 홍익대 교수 제공
○ 장기 칩 원조 ‘렁온어칩’
허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기 칩을 투명하게 만들면 체내에서 일어나는 세포 반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렁온어칩을 이용해 허파꽈리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할 때마다 미세먼지가 모세혈관으로 더 많이 이동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팀은 최근 실제 인간의 눈처럼 눈꺼풀을 깜빡이는 곡면 구조의 ‘아이온어칩’과 태아 발달 연구용 ‘태반온어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도널드 잉버 위스생물공학연구소장은 생명과학 분야 권위지 ‘셀’ 10일자에 “동물실험을 통과한 후보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생체 칩을 이용하면 손쉽게 후보 약물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고 질병 발생 과정도 연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국내에선 아이온어칩 등 개발 활발
국내에서도 장기 칩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전누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김정훈 서울대 대학원 의과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망막병증 등 안과 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아이온어칩을 개발하고 있다. 전 교수는 “공 모양의 눈을 칩에서 구현하려면 입체적으로 얽힌 혈관을 해부에서 이차원으로 펼치는 ‘플랫 마운트(flat mount)’가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혈관 네트워크를 칩 위에서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 칩을 이용해 암세포를 연구 중인 조윤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교수는 “칩 위에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 뒤 실제 환자의 세포를 사용하는 만큼 약물 반응 결과가 정확하다”며 “장기 칩을 활용하면 환자 맞춤형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처럼 동물실험이 법으로 금지돼 있는 분야에서도 장기 칩은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교수는 “미세혈관을 피부세포와 함께 칩에 배양하는 ‘스킨온어칩’을 개발 중”이라며 “기존 인공 피부 조직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알레르기 반응 등 피부 건강에 중요한 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