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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좌담] 정치에 ‘국민’ 안보여… ‘정치 품질’ 저하, 언론도 반성해야

입력 | 2016-03-18 03:00:00

20대 총선 보도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5일 본사 회의실에서 ‘20대 총선 보도, 동아일보에 바란다’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유종헌 미디어연구소장, 강무성 조화순 위원, 이진강 위원장, 신용묵 안민호 박성원 위원, 정용관 정치부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대 총선이 임박했다.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희망가보다는 파열음에 가깝다. 유권자와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5일 ‘20대 총선 보도, 동아일보에 바란다’를 주제로 토론했다. 》

―각 당의 20대 총선 공천 과정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19대 국회에 대한 실망이 큰 만큼 이번 총선을 보는 시각은 단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 총선 보도에 있어서 동아일보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특별히 총선 보도를 지휘하는 정치부장이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좋은 방향의 제시가 나왔으면 합니다.

이진강 위원장=각 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서 정파 간 이해 충돌이 심합니다.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이 극심합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대신해서 언론이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치부장의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정용관 부장=정치부장을 맡고 생각한 과제가 ‘정치를 일류로’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을 많이 듣습니다. 정치를 일류로 만들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어떤 사람들이 국회에 충원이 되어야 하는지 자격에 대한 기준, 좋은 사람을 독자들이 알아보고 뽑을 수 있는 판단의 근거와 기준을 제시하는 보도를 하려고 합니다.

조화순 위원=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공천을 둘러싼 싸움만 난무합니다. 유권자들의 냉소와 혐오가 더욱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현안, 국가적 의제, 정책에 대한 보도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용묵 위원=총선을 앞두고 상세한 취재계획 등이 고지돼 독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이런 방향에서 이런 기사가 나오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후보자들이 당선되면 4년간 어떤 직무를 수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출마했는지를 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민호 위원=선거와 언론은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모두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난 총선과 비교해도 계파 갈등, 막말 등의 강도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언론도 갈등을 해결하고 축소하는 역할이 아니라 도리어 유발하는 측면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이 위원장=그러면 정치의 잘못된 점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강무성 위원=
출마자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말은 투표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투표를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선거홍보물을 받아도 궁금증이 해소가 안 되니 정당 중심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기사는 넘치지만 도움이 되는 건 몇 개 안 됩니다. 지면 사정상 어렵다면 인터넷에라도 많은 정보를 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이름이 알려진 몇몇 후보들 얘기만 있고, 군소 정당이나 알려지지 않은 후보에 대한 기사는 부족해 보입니다.

이 위원장=친박(친박근혜) 진박 비박 친노(친노무현) 비노 같은 계파 싸움이 왜 문제가 되는지 언론이 제시해줘야 합니다. 결국 계파도 국민을 위한 집단이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박성원 위원=막말이나 갑질을 한 후보,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 무지한 후보 등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정파를 떠나 보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역량이 안 되는 사람들이 보여 온 행태 등을 지난 4년간의 데이터로 제시하고, 반대 유형도 함께 보여주는 등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위원장=먼저 유권자들에게 큰 정보를 제시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누가 나쁘고 누가 좋다’라는 것보다는 정치행태에 대한 큰 그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어떤 사람들을 배제시켜야 하는지 판단이 나오겠지요.

안 위원=독자들의 정치 혐오는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언론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어떤 독자들은 처음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보도에 관심을 가지다가 그것이 계속되면 냉소적으로 되면서 투표도 안 해야겠다는 마음까지 드는 거죠.

조 위원=어떤 후보자가 어떤 결함이 있는가 하는 것 외에도 그 사람의 삶의 궤적, 공적인 어젠다에 대한 태도 같은 걸 보고 싶습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같은 기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위원장=정치 소비자, 즉 유권자의 입장에서 최근의 정치 상황을 본다면요.

신 위원=국민이 없는 공천, 국민이 없는 선거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치도 서비스업이고, 품질이 중요한데 ‘정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입니다. 서비스업에서는 약관을 가지고 품질을 따지지 않습니까. 품질을 높이려면 직무수행 계획서 같은 ‘정치적 약관’이 필요합니다. 어떤 정치를 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캐물어야 합니다.

강 위원=경쟁은 공정해야 하는데 현실정치에서는 공정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치인들은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나쁜 짓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 신인, 계파가 없는 사람들은 출발부터 불리합니다. 새 인물에 대한 발굴 보도를 원합니다.

안 위원=짧은 기사보단 긴 기사가 좋습니다. 길게 쓰려면 다양한 취재원이 필요하죠. 당연히 다양한 시각이 들어갑니다. 진실은 한 개 면만 갖고 있지 않다는 속성이 있습니다. 다면적인 관점으로 쓰면, 그런 기사는 반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조 위원=그런 점에서 스토리가 있고 ‘현장’이 있는 선거 기사는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신 위원=스포츠 중계방송도 해설이 있어야 재미가 있듯이 정치기사도 재미와 전문성을 함께 담으면 좋겠습니다.

이 위원장=총선 정국에서 정치권의 오만함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언론이 정치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힘이 있다고 봐야 합니까. 아니면 정치권에 끌려가는 모양새로 봐야 합니까.

정 부장=‘결코 선한 권력은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권력감시 책무에 대해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방향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 계속 돌아보겠습니다. 요즘 기사가 공천 얘기에 집중되어 있긴 합니다만 후보등록 시점부터는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는지 선택 기준에 대한 시리즈를 내보낼 계획입니다. 여론조사를 포함해 공정성을 잃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 위원=국회의 충원 과정 자체가 정당민주주의에 입각해 진행되고 있는지 평가하고 비판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를 정책 대결로 이끌어야 하는데,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쉽게 전달할지가 숙제입니다.

조 위원=과거에 문제 제기가 있었던 불공정 사례를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정 부장=국민들이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문제는 결국 경제 정책인 것 같습니다. 정책 비전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책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해외 사례도 찾아 정책선거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이 위원장=요즘 국민을 위한 공천이냐, 특정인이 좌우하는 공천이냐에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만, 오늘 논의한 내용을 잘 살펴서 동아일보가 총선 보도를 잘 리드해 나가길 바랍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안나 인턴기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