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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노지현]“방금 그 손님, 제 점수는요”

입력 | 2016-03-18 03:00:00


노지현 사회부 기자

요즘 개인택시 회사택시 할 것 없이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쓰는 택시가 부쩍 늘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이용객과 택시기사 간에 편리한 점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큰길까지 나가서 택시를 잡아야 했지만 이제는 손님이 서 있는 곳까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찾아 들어온다. 몸이 불편한 노인도 바깥출입이 수월해졌다. 콜 호출 전에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입력하기 때문에 택시기사들도 이용객을 선택할 수 있다. 택시를 잡고 “○○ 가요?”라고 물어야 하는 이용객의 수고로움도 덜고 기사 역시 “거기 지금 못 가요”라고 말해야 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그런데 한 택시기사는 “몇 번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써보니 20, 30대 여자 손님은 피하고 싶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여자들은 호출하기를 누르고 화장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보통 근처에 있는 기사가 배정을 받아 오기 때문에 호출하기 버튼을 누른 후 2, 3분이면 손님 집 앞에 도착한다. 하도 사람이 안 나와 전화를 걸었을 때 “지금 나가요” 하면 그로부터 5분 정도 걸리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면 10분 이상을 기다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화 너머로 머리 말리는 드라이어 소리가 들리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면 기사들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나온 손님에게 “왜 이리 늦었느냐”고 기사가 항의하기도 어려웠다. 이용객은 방금 탄 택시의 기사를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 성희롱은 단번에 퇴출. 불친절도 누적이 되면 택시기사에게 불이익이 간다. 별점이 낮은 기사일수록 콜을 적게 보내거나 늦게 보낸다. 지금까지는 택시를 잡은 후 차내가 담배냄새로 가득 차 있어도 참고 목적지까지 가야 했지만 이제는 “냄새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의견도 보낼 수 있다. 일종의 점수 매기기다.

그러나 택시들도 최근 대등한 무기를 받았다. 고객 점수 매기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실컷 손님이 서 있다는 장소까지 갔더니 손님은 사라졌다. 택시가 오는 사이 손님이 근처의 눈에 띄는 다른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 경우가 기사들이 갖는 가장 큰 불만이었다. 신뢰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술 먹고 토한 뒤 수고비도 없이 내려버린다든지, 장시간 기사를 대기시키는 이용객 역시 낮은 별점을 받을 것이다. 서로서로 점수를 매기고 있는 셈이다.

‘다시는 이 손님 받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계속 쌓이면 그 이용객은 다음에 아무리 호출하기를 눌러도 택시가 잘 오지 않는다.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택시들도 공유해서 기피하기 때문. 요즘 이상하게 택시가 배정이 안 됐다면 스스로 한 번 고민해봄 직하다.

이쯤에서 엉뚱한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서비스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 판단해 ‘좋은 사람’부터 ‘나쁜 사람’까지 다섯 개짜리 별표로 구분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진상’ 손님이나 ‘진상’ 주인을 쉽게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