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하늘나라에서 보낸 듯한 이 편지는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졸업하는 자녀에게 써달라고 2월 말에 부탁해 동일본 대지진이 나기 전에 받아놓았다. 교사들은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교무실을 일주일간 필사적으로 뒤져 편지 보관함을 찾아냈다. 진흙으로 엉망이 된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는 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교생이 되었을 리나 양에게 이 편지는 세상을 뜬 엄마 대신 늘 곁에 있을 것이다.
▷일본 이와테(巖手) 현의 한 언덕에는 ‘표류 포스트 3·11’이라는 우체통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진해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생존자들이 보낸 편지들이 이 우체통으로 모여든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아카가와 우지 씨는 재작년 빨간 우체통을 설치했다. 카페를 찾는 이들이 사연을 읽고 눈가를 훔친다. 편지는 떠난 자와 남은 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된다. 서로의 마음이 전달된다는 희망이 싹트고 생활의 버팀목으로 기능한다. 전남 진도의 팽목항에도 ‘하늘나라 우체통’이 있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