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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을 ‘총선 주역’ 만들기 싫다는 친박

입력 | 2016-03-19 03:00:00

[총선 D-25]국민 우롱하는 與 ‘공천 막장극’
충성파 확보로 레임덕 차단 노려… 金 대선행보 흠집 내려는 속내도




“그동안 당헌·당규에 상향식 공천이 규정돼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원칙과 달리 힘 있는 소수 몇 사람에 의해 좌우된 공천의 틀과 원칙을 확실히 지키고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정치개혁은 시작된다.”

상향식 공천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말이 아니다. 2012년 1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정강·정책 연설문 중 일부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의 공천 상황은 박 대통령의 말과는 딴판이다. 박 대통령에게 맞선 인사들은 예외 없이 컷오프(공천 배제)의 칼날을 맞았다.

특히 이재오 진영 조해진 등 비박계 의원들의 낙천 이유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의원을 두고 “원내대표를 2번이나 한 사람을 이제 와서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선 “유일한 공천 기준은 박 대통령에게 덤볐는지 여부”라는 말까지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무리한 공천을 감행한 것은 총선 이후를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권과 대권, 그리고 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 맞춰 새누리당 새판 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2012년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이 주도한 공천에서 친박계는 절대 다수가 됐다. 하지만 이후 당내 선거에서 친박계는 비박계에 판판이 밀렸다. 보다 충성심이 강한 ‘친박 친위세력’이 필요해진 이유다.

이를 놓고 비박 진영에선 친박계가 총선 과반 승리를 못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집권 말기 지도력 공백)을 막는 것은 여당 의원의 수가 아니라 충성심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선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법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이 각종 권력 게이트를 만들어낼 텐데 어떻게 총선 승리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이번 총선을 ‘김무성 선거’가 아닌 ‘박근혜 선거’로 치르겠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를 총선 승리의 수혜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직행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싹을 자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근혜 선거’가 되면 박 대통령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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