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5]국민 우롱하는 與 ‘공천 막장극’ “2008년 친박학살땐 막후 조율은 있었다” 당시 친이-친박 ‘탈락 명단’ 교환… 19代 친이학살땐 ‘표적 여론조사’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새누리당의 ‘보복 공천’ 논란은 8년 전부터 돌고 돌아온 계파 싸움의 결과물이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득세한 친이(친이명박)계가 공천권을 휘둘렀다.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됐던 김무성(현 당 대표), 서청원 의원(현 당 최고위원) 등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3월 기자회견에서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2012년 19대 총선 공천 때는 상황이 역전됐다. 이번에는 친이계가 추풍낙엽 신세였다. 이재오 의원을 제외한 진수희 의원 등 친이계 현역들이 대거 탈락됐다. 친이계 좌장인 이 의원은 그해 3월 기자회견에서 “감정적, 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라”며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4년 뒤에도 앙금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15일 발표한 컷오프 대상에 이재오 의원 등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18대 총선 때와는 달리 계파 간 균형은 없었다. 당시 친이계는 박희태 의원을, 친박계는 김무성 의원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컷오프를 진행시켰다. 당시 여권 핵심 인사는 “친이-친박계 대리인들이 공천 탈락자 명단을 주고받았다”며 “리스트에 순번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되풀이되는 공천 구태는 여당을 편 가르기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천이 정책, 이념의 장이 아닌 권력 쟁투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총선이 끝나면 다시 계파가 만들어지고 다투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정당민주주의에 따른 공천(公薦)은 사라지고 측근을 편법으로 꽂아 넣는 사천(私薦)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