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리처드 번스타인 지음/이재황 옮김/672쪽·3만3000원·책과함께

이 책은 일제의 패색이 짙었던 1945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소비에트 정부를 상대로 복잡한 체스를 두어야 했던 미국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중국사를 전공하고 중국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1945년 당시 미중소의 움직임이 이후 수십 년에 걸친 미중 갈등의 뿌리가 됐다고 주장한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에 불어닥친 매카시즘 광풍은 대중 외교정책에서 이데올로그들의 득세를 가져왔다. 실리적이고 균형적인 대중 정책이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가장 생생한 사례가 패트릭 헐리 주중 대사와 수하 외교관들의 갈등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헐리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찼던 인물이다. 반면 주중 대사관에 파견됐던 국무부 소속 외교관들은 중국어에 능통하고 공산당 인사들과 자주 접촉한 중국통이었다. 이들은 일본을 빨리 격퇴하려면 중국 인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공산당에도 군사물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헐리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결국 헐리의 강력한 견제로 이들은 모두 중국을 떠나야 했고, 중국 공산당의 미국 불신은 커졌다.
그렇다면 이 시기 미국이 중국 공산당을 철저히 봉쇄하고 국민당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렸다면 공산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사회주의 혁명사상에 심취한 마오쩌둥이 권좌에 머문 한 미국의 노력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1945년 8월 미국의 요청에 의한 소련의 만주 침공은 마오쩌둥이 스탈린과 연합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