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발표된 새누리당의 경선 결과 이른바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예비후보들이 무더기 탈락했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대통령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후보가 유승민계 핵심인 이혜훈 전 의원에게 졌다. 대구 서구에선 윤두현 전 홍보수석이 유승민계 김상훈 의원에게 패했다.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친박근혜) 핵심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도 탈락했다. 박 대통령이 지역구(대구 북갑)까지 방문하며 힘을 실어줬던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은 물론 전광삼 최상화 전 춘추관장도 고배를 마셨다.
아무리 박심(朴心)을 듬뿍 실어줘도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민심이다. ‘3·15 비박(비박근혜) 학살’이라고 불리는 막장 공천을 주도한 친박 핵심들은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민심의 역풍이 느껴지지 않는가.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긍정평가가 일주일 전의 42%에서 40%로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45%에서 49%로 올랐다.
그럼에도 친박 좌장이라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그제 열린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총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의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며 “적군에게는 총 못 쏘고 아군에게만 총질하는 국회의원이 잔뜩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컷오프를 정당화하기 위한 말이지만, 표현 그대로 ‘총선 결과’보다는 ‘박근혜 친위세력’ 구축에 우선순위를 둔 친박 핵심의 속내가 묻어 나온다. 이러니 박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세력화를 기도한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