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는 책, 대형 온라인 서점-청계천에 팔기
일부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중고책 매장도 운영한다. 기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대형 온라인 서점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 찾아가 10여 권의 중고책 판매 방식과 가격을 알아봤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대형 온라인 서점이 운영하는 중고책 판매 코너로 가봤다. 먼저 책명을 검색하면 가격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중고책 판매를 신청하면 무료 혹은 박스당 1000∼2500원 정도의 택배비를 받고 책을 수거해 간다. 알라딘, 인터파크 등 일부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중고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책을 다 팔지 못한다는 점이다. 변색, 접힘, 찢김, 얼룩, 밑줄과 부속물 포함 여부는 온라인 중고서점이 책 매입을 결정하는 중요 기준이다. A온라인 중고서점에서 기자의 소설책은 5쪽 이상 밑줄이 있다며 ‘매입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책 상태 판정은 인간의 영역(?)이라서 실수가 있기 마련. 밑줄이 꽤 있었던 영문 여행서는 최상급 판정을 받아 3000원에 팔았다. 앤디 워홀 화집은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 없다며, 역대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소설과 최근 개정판이 나온 인문서, 백석 시집 등은 재고량 초과라며 거부당했다. A서점 직원은 “책 매입 여부는 컴퓨터에 설정된 프로그램과 매뉴얼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책이 너무 많으면 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에 청계천 헌책방 역시 모든 책을 매입하지는 않았다. 특히 베스트셀러나 최신 정보가 빠진 여행 책은 대부분 매입을 꺼렸다. 또 시리즈 책은 낱권보단 세트를 선호했다. 그러나 서점마다 고객층이 달라서 한 서점에서 거부당한 책을 다른 서점이 반기는 사례도 있다. 그 예로 한 미술서적 전문 서점은 3곳에서 퇴짜 맞은 화집을 5000원에 사겠다고 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 현만수 평화시장서점연합회장은 “중고책의 매입가나 판매가 모두 알고 보면 우리가 온라인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