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3/갈등의 여당]
김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내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독재’ 비판을 불편해했는데 바로 그걸 연상시키는 언급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이 위원장의 공천을 ‘독재 정권’에 비유한 건 친박 패권주의로 비치고 있는 이번 공천에 정면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20일 결선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비박계 신성범 의원(재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의 지역구를 전격 방문해 신 의원을 격려했다. 이날 김 대표는 신 의원을 껴안고 함께 만세를 부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김 대표가 “경선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일체의 언행은 삼가겠다”고 공언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동안 김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이처럼 김 대표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엔 적당히 물러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김 대표는 2014년 10월 중국 방문 당시 분권형 개헌론을 제기했다가 귀국하자마자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이른바 ‘상하이 개헌 회군’이었다.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 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정국에서도 사실상 청와대의 방침을 용인했다. 당시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결국 김 대표의 리더십은 박 대통령이라는 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놨다.
그랬던 김 대표가 이번엔 ‘옥새 보이콧’과 ‘사퇴 불사’까지 외치며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자 비박계 의원들도 김 대표의 최종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가 ‘3·15공천’에서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주호영 의원(3선·대구 수성을)을 공천에서 배제한 뒤 이 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한 것이다.
한때 친박계 내부에선 주 의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하는 방침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대표에게 저항할 명분을 없애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관위 내부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결국 20일 공관위는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다시 반려하고 원안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김 대표의 저항이 이어져 ‘무공천 사태’를 맞이할 경우 김 대표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비공개 최고위가 공천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