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3/여야 공천 파동]결론 계속 미루는 공관위
“유승민 어찌되나” 대구 동구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이 유 전 원내대표 관련 TV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도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대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 전 원내대표는 20일에도 행방이 묘연했다.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있는 자택에는 며칠째 아예 불이 꺼져 있다. 컷오프된 뒤 이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에게는 답신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용기를 내시라. 가시밭길 가는 권 의원의 앞길에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공관위가 컷오프로 가닥을 잡으면 유 전 원내대표는 이번 주 안에 향후 정치 행로를 선택해야 한다. 주변에선 유 전 원내대표가 공관위에서 경선을 주문하면 치르겠지만 끝내 컷오프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지인은 “주말에 대화를 나눠 봤는데 담담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느낌이더라”고 전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어떤 방향으로든 출마를 굳혔다면 늦어도 23일에는 탈당 여부를 결단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49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기간 중 당적을 이탈할 경우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 공관위가 23일까지 공천 결정을 계속 미룰 경우 자칫 유 전 원내대표는 무소속 출마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일단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그도 어쩔 수 없이 당의 결정 이전에 ‘선(先)탈당’을 해야 하는 셈이다.
○ 공천 과정에서 우군, 동지 잃어
유 전 원내대표 측근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대한 착잡함도 클 것이라고 했다. 15년 넘게 가까이 지낸 한 인사는 “17대 대선 직후 자신을 정치로 이끈 이회창 전 총재가 자유선진당에 함께하자고 제안했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며 “심경이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원내대표에서 사퇴한 뒤 원내부대표단과의 송별회에서 “내년 4월에 살아서 돌아오자”고 했다. 하지만 가까운 의원 대다수가 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패배해 생환은 쉽지 않아졌다. 현재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 의원은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김희국(대구 중-남)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 등은 유 전 원내대표의 결정 후 함께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선 유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만 생각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