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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끝까지 기다려 볼 것”… 유승민 자진 불출마 압박

입력 | 2016-03-21 03:00:00

[총선 D-23/여야 공천 파동]결론 계속 미루는 공관위




“유승민 어찌되나” 대구 동구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이 유 전 원내대표 관련 TV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도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는 발표되지 않았다. 대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운명의 1주일’이 다가왔다. 여권 공천 갈등의 최대 뇌관이 된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가 늦어도 22일까지는 가려질 예정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유 전 원내대표의 컷오프(공천 배제)로 결론 낼 경우 유 전 원내대표는 ‘공’을 넘겨받게 된다. 2000년 정치에 입문한 뒤 함께해 온 새누리당 당적을 내려놓는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20일에도 행방이 묘연했다.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있는 자택에는 며칠째 아예 불이 꺼져 있다. 컷오프된 뒤 이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에게는 답신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용기를 내시라. 가시밭길 가는 권 의원의 앞길에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공천 데드라인 앞두고 ‘초읽기’

공관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가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주말에도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그에게 탈당이나 불출마를 종용했다. 하지만 4·13총선 후보 등록이 24, 25일 이뤄지고 이에 앞서 새누리당이 23일 공천자 대회를 열 계획인 만큼 22일이 결정의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가 컷오프로 가닥을 잡으면 유 전 원내대표는 이번 주 안에 향후 정치 행로를 선택해야 한다. 주변에선 유 전 원내대표가 공관위에서 경선을 주문하면 치르겠지만 끝내 컷오프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지인은 “주말에 대화를 나눠 봤는데 담담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느낌이더라”고 전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어떤 방향으로든 출마를 굳혔다면 늦어도 23일에는 탈당 여부를 결단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49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기간 중 당적을 이탈할 경우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 공관위가 23일까지 공천 결정을 계속 미룰 경우 자칫 유 전 원내대표는 무소속 출마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일단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그도 어쩔 수 없이 당의 결정 이전에 ‘선(先)탈당’을 해야 하는 셈이다.

○ 공천 과정에서 우군, 동지 잃어

유 전 원내대표 측근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대한 착잡함도 클 것이라고 했다. 15년 넘게 가까이 지낸 한 인사는 “17대 대선 직후 자신을 정치로 이끈 이회창 전 총재가 자유선진당에 함께하자고 제안했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며 “심경이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우군과 동지를 대부분 잃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법 파동’ 당시 뜻을 함께한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김세연 의원(재선·부산 금정)뿐이다. 원외 인사 중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절부터 가까운 이혜훈 전 의원(서울 서초갑)이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7월 원내대표에서 사퇴한 뒤 원내부대표단과의 송별회에서 “내년 4월에 살아서 돌아오자”고 했다. 하지만 가까운 의원 대다수가 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패배해 생환은 쉽지 않아졌다. 현재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 의원은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김희국(대구 중-남) 이종훈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 등은 유 전 원내대표의 결정 후 함께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선 유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만 생각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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