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代 금융이해력 낙제점]급여계좌 개설 미끼로 정보 빼내 대포통장 등 범죄 직접 가담도 늘어
취업 준비생 박진수(가명·27) 씨는 취업 사이트에서 인력 모집공고를 보고 A건설회사에 연락을 했다. 자신을 채용담당자라고 소개한 A사 직원은 박 씨와 전화면접을 진행한 뒤 “첫달 월급이 실제 근무한 날짜와 다르게 지급될 수 있으니 회사에서 한 달 동안 통장을 대신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알려줬다. 하지만 박 씨는 정보를 건넨 다음 날부터 A사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몇 주 뒤엔 경찰로부터 “당신의 명의로 대포통장이 발급됐다”며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의 주된 피해자는 노인이지만 최근에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젊은층도 이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당장 취업이나 학자금 마련에 마음이 급하다 보니 이를 미끼로 접근하는 사기범에게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대포통장 모집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 1070건 가운데 649건(60.7%)이 취업 광고를 빙자한 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여 계좌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계좌정보를 가로챈 사례가 많았다.
금융지식이 부족해서 자기도 모르게 금융사기의 공범으로 엮이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들을 금감원 등 정부기관 하청업체라고 소개한 뒤 청년 구직자들을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활용하는 사기범들도 있었다”며 “범죄 사실을 몰랐더라도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고, 통장 명의만 빌려줘도 계좌 개설금지 등 제재를 받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통장, 휴대전화, 자동차 등 3대 대포 물건 범죄와 관련해 모두 581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최근 단속 추이에 비춰 볼 때 이 중 약 40% 이상이 20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