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 때 키커(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골문 가운데로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는 왼쪽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종석 기자
페널티킥 지점에서 골라인까지의 직선거리는 11m. 슈팅 최고 스피드가 시속 140km를 넘는 프로선수들도 정확성이 중요한 페널티킥 때는 대개 시속 100∼120km로 찬다. 이 정도 속도로 좌우 대각선 방향을 향해 슛을 해도 골라인을 지나는 데는 0.5초가 채 안 걸린다. 정상급 골키퍼라도 좌우로 날아오는 슛에 반응해 몸을 날리기까지는 0.5초가 더 걸린다. 퍼거슨이 골문 중앙에 서 있으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국의 프로 1부 리그와 단일 선수권대회에서 나왔던 286차례의 페널티킥 장면을 분석한 자료가 해외 경제심리학 저널에 실린 적이 있다. 좌우 폭 7.32m의 골문을 삼등분한 뒤 슈팅 방향을 세어 봤더니 왼쪽(골키퍼 기준) 92번(32.1%), 가운데 82번(28.7%), 오른쪽 112번(39.2%)이었다. 슛 방향에서는 세 곳의 비중에 큰 차이가 없다. 골키퍼들의 점프 방향은 어땠을까. 왼쪽이 141차례(49.3%), 오른쪽이 127차례(44.4%)였다. 골키퍼의 90% 이상이 좌우로 몸을 날렸다는 얘기다. 퍼거슨의 말처럼 중앙에 서 있었던 건 18차례(6.3%)뿐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퍼거슨의 말이 맞았다. 골키퍼들이 왼쪽으로 점프한 141차례 중 페널티킥 방어에 성공한 건 20번으로 방어율 14.2%였다. 127차례 몸을 날린 오른쪽에서는 16번밖에 막지 못해 방어율이 12.6%에 그쳤다. 수준급의 골키퍼들이 슛을 하기 위해 달려오는 상대 선수의 자세나 평소 슛 방향 등을 감안해 미리 판단했지만 막아낸 건 열 번 중 두 번도 안 됐다. 가운데 서 있었던 18번 중에서는 6번을 막아 가장 높은 33.3%의 방어율을 보였다. 중앙을 지키고 있는 동안 이쪽으로 날아온 슈팅은 10개였다. 이 가운데 6개를 막았으니 퍼거슨의 말대로 골키퍼들이 줄곧 중앙을 고수했다면 확률상 49개까지 막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좌우로 점프한 골키퍼들의 선택을 전부 행동 편향으로만 볼 수는 없다. 슛 방향을 읽고 확신에 차 몸을 던진 골키퍼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삼등분한 골문에서 가운데를 지킨 비율이 열 번 중 한 번도 안 된다는 건 행동 편향이 아니고서는 따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꼭 골키퍼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행동 편향은 드문드문 볼 수 있다. 찝찝한 마음에, 어떤 때는 면피성으로, 우선은 하고 보자는….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