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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초중고 지필고사 대신 수행평가로 성적 매기게 추진

입력 | 2016-03-21 03:00:00

“학습부담 덜고 재능 계발” vs “엄마평가로 전락할 우려”
중고교 교사 60% 이상이 “반대”… 교총 “공정한 기준 먼저 마련해야”




교육부가 초중고교에서 지필고사 대신 수행평가 등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 일선 교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교과나 단원의 특성에 따라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고사를 보지 않고 서술형·논술형 평가나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고교에서는 체육 음악 미술 등 교과에서 수행평가만으로 학업 성적을 산출할 수 있게 된다. 27일까지 행정예고 절차를 거친 뒤 개정안을 이번 학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형태가 다양해지고 교육과정이 변하는 상황에서 수업 방법도 개선되고 학생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수업 방법 개선과 학생 평가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9∼16일 전국 초중고교 교사와 교장 교감 등 교원 9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지필평가 없이 서술형·논술형 평가나 수행평가로 성적을 매기는 방안’에 반대한 교원은 초등학교 40.8%, 중학교 61.0%, 고등학교 66.3%로 나타났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반대 의견이 많은 데 대해 교총은 “입시와 평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고교 교원들은 ‘공정한 기준 마련의 어려움 속에서 학생·학부모의 문제 제기 우려’(중학교 46.3%, 고교 44.7%)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교사와 교사의 평가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고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 등 교육현장의 준비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초중학교의 경우 수행평가가 ‘엄마평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행평가 과제의 상당수는 학생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가족이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교육·학부모의 개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다양한 형태의 질적 평가로 학생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학생의 숨은 재능 계발 지원, 학습 부담 완화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 현장 준비 부족 등의 현실을 고려해 서두르지 말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 등 현장 지원책을 마련하고 대입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행평가 ::

학생이 학습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나 그 결과를 측정하는 평가 방법. 창의력과 실전 문제 해결 능력 배양을 목표로 1999년에 도입됐다. 리포트 작성, 발표, 포트폴리오 구성, 말하기(외국어 등), 토론수업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형태로 실시된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